"올해는 확실하게 `질러야` 할 때"..폭스바겐 박동훈 대표

by김보리 기자
2009.02.13 14:26:20

올해 경영키워드는 `도전`.."위기를 기회로 삼겠다"
올 판매목표 6천대..CC 800대 이상 팔 것
향후 2~3년내 자체 금융사 설립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남들이 어려워서 못 하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은 프로의 정신이 아닙니다. 질러야 될 때냐, 주춤거려야 될 때냐를 고민하면 올해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확실하게 질러야 할 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도전`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업계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

박동훈 대표는 "수입차업계가 어려울수록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이라며 "`위기가 기회`라는 흔한 말을 폭스바겐코리아는 직접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4도어 쿠페인 `CC` 신차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달 7일에는 영업점 사원 200명의 트레이닝을 서울 워크힐 호텔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상황을 감안, 다른 수입차업체들이 전시장의 쇼룸이나 도심 외곽의 연수원 등지에서 개최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행보임에 틀림없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6000대로 잡았다. 지난해 판매대수 5136대에 비하면 17% 늘어난 것.
 
박 대표는 "올해 판매목표는 지난해 목표대수와 같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변수로 못 이룬 목표를 올해 재수를 하더라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했다.
 
겸손하게 `재수`라고 했지만, 올해 타 업체들이 불투명한 경기상황으로 판매목표조차 내놓기를 꺼리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코리아의 계획은 야심차다.
 
박대표는 올해 효자 모델로 `골프`와 `파사트`를 꼽았다.
 
그는 "골프는 2007년부터 인기가 상승해 작년에 확연한 판매증가세를 보였다"며 "골프와 파사트 판매가 각각 1500대 씩 예상된다"고 말했다.
 
4도어 쿠페인 `CC` 역시 800대 이상은 판다는 계획이다. 그는 "주말에 쇼룸을 둘러봤는데 CC에 대한 반응이 좋아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수입차 업체의 걸림돌 중 하나가 자체 금융회사가 없다는 점. 실제 한국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 중 자체 금융회사를 갖고 있는 곳은 불과 3개사에 지나지 않는다.
 
박 대표는 향후 2~3년내에 자체 금융회사를 보유하겠다는 야심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어려울 때 일수록 자체 금융기관의 역할이 크다"며 "폭스바겐코리아도 자체 금융회사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설립비용이 200억원 정도 들어 본사에서는 주저할 수 있지만 향후 2~3년 내에는 꼭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1월 폭스바겐코리아를 설립한 후 자체 금융회사를 만들려고 했지만 흐지부지 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또한 재도전이다.
 
오는 4월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도 폭스바겐코리아는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다. 차종은 아직 결정단계에 있지만 12대 정도를 출품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차를 판다면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이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꿈을 묻자 그는 드림카로 답했다. "폭스바겐코리아를 모든 계층, 다양한 고객의 욕구에 맞춘 갖가지 드림카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굳힐 것"이라며 "`폭스바겐은 소형차`라는 인식을 깨야 폭스바겐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폭스바겐은 뉴비틀로 대변되는 경차부터 중형세단 파사트, 최고급 세단인 페이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아우른다.
 
박 대표는 다음달이면 수입자동차협회 회장 취임 1년을 맞는다. 수입차협회장으로서 그의 각오와 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올해 수입차시장이 5만대, 심지어 4만대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고 있지만 결코 4만대까지 줄지 않을 것"이라며 "가파른 증가세가 조금 주춤거릴 수는 있지만 수입차 증가세에 대한 에너지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온화한 미소를 짓던 그였지만 비공식적으로 수입차를 들여와 판매하는 병행 수입업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박 대표는 "병행수입업체 문제는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병폐"라며 "이들은 광고와 애프터서비스(A/S), 딜러 교육 등에 대해 투자도 없이 무임승차 하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협회장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딜러들의 수익을 개선하는 일이다. "지금 국내 수입차 딜러들은 고비용 구조와 가격 경쟁 속에서 마진이 너무 작다"면서 "서로가 `제살 깎기`를 하는 이같은 구조를 개선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또 "수입차가 국산차 시장을 갉아먹는다는 얘기는 가장 억울하다"면서 "수입차와 국산차는 각기 다른 메뉴로 강점이 다를 뿐이다. 자동차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수입차와 국산차가 시너지 효과를 내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한진건설에 입사해 8년 동안 유럽주재원으로 근무했다. 1989년 한진건설 볼보사업부장을 거쳐 기획실장을 역임하면서 볼보를 수입차시장 1위까지 끌어올렸다. 2001년부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수입 판매 업체였던 고진모터임포트에서 부사장을 지내며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5년 1월 폭스바겐 한국법인이 설립되면서 CEO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