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롯데그룹과 한샘…그 `격`의 차이

by김재은 기자
2015.08.06 10:20:36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삼성물산(000830)-엘리엇 사태에 이어 롯데그룹 내분까지…. 내로라하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전자회로처럼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오너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여타 주주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던 한국 재벌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는 겨우 2.41%의 지분으로 자산 93조원의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난 신격호 회장의 행동과 말에는 그저 ‘롯데는 내 회사, 내 꺼’다. 어떻게 해서든 그룹 지배력을 놓지 않겠다는 ‘무소불위’ 오너십 그 자체다.

하지만 삼성과 롯데 등 국내 재벌들이 공정한 경쟁만을 통해 지금껏 발전해왔다고 말할 수 있나. 국가경제 발전, 성장을 목표로 정부와 공생하며 지금의 형태가 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재벌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LG(003550)나 SK(003600)는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한솔그룹도 복잡한 순환출자식 지배구조를 바꾸고 있다. 한솔그룹은 일시적이나마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004150) 최대주주 자리를 국민연금에 내주면서까지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 지주회사 체제의 골격을 거의 갖춘 상태다.

최근 잘 나가는 중견기업 한샘(009240)을 보자. 아직까지 매출 1조3000억원으로 재벌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얼마전 조창걸 명예회장은 자신의 보유지분 절반(4600억원 수준)을 내어 한샘 DBEW재단을 설립했다. 미국의 브루킹스재단처럼 한국의 씽크탱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과연 국내 대기업중 오너일가가 사재를 ‘자의적으로’ 출연해 씽크탱크를 만든 적이 있었던가?

94세가 되어서도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는 ‘노욕’ 신 회장과 달리 조 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회장에게 경영권을 일임하고, 한샘의 미래를 그리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23년째 장수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주식회사가 모두 ‘내 꺼’라는 재벌 오너일가에겐 더 기대할 게 없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그저 한샘같은, 깨어있는 중견·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크게 성장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