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금품수수 신고 안하면 파면…공직판 '불고지죄' 논란(종합)

by최훈길 기자
2015.05.25 16:32:28

공직 기강 확립 차원 성폭력·금품수수·음주운전 처벌 강화
상사·동료 부패행위 알고도 고발 안하면 파면까지 가능
성희롱 고의성 있는 경우 경중 구분없이 공직서 퇴출
음주운전 1회 적발에도 중징계..2회부터 해임 가능해져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관대했던 공무원 비위에 대한 처벌수위가 대폭 강화된다. 성희롱은 고의성이 인정되면 파면 처분이 내려진다. 동료의 금품수수 등 부정부패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무원 또한 파면 대상이다. 음주운전은 1회 적발에도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공직사회 기강확립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란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과잉·중복처벌이란 반발도 만만찮다.

인사혁신처(인사처)는 25일 성폭력·금품수수·음주운전 등 공무원 3대 비위에 대해 징계기준을 강화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품 관련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인사처는 징계기준을 신설해 직무와 관련해 상사, 동료 등의 부패행위를 알고도 신고·고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무원은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금품을 수수할 경우 주선자, 지휘감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상사 등의 부패행위를 묵인할 경우 파면 처분까지 내려지는 부분은 ‘과잉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사나 동료를 고발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른바 불고지죄(不告知罪)를 도입해 징계 수위만 높였다는 비판이다.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은 “깨끗한 공직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명하복’ 공직문화에서 상사를 고발할 부하직원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패행위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과도한 처벌을 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익신고자들이 조직에서 쫓겨나는 조직 문화를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실효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며 “공익신고자들이 겪을 어려움을 고려해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의 경우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적인 경우 ‘파면이나 해임’(현행)이 ‘파면’으로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적인 경우 ‘해임이나 강등’이 ‘파면이나 해임’으로 징계수위가 높아진다. 비위 정도에 관계없이 ‘고의적인 성희롱’ 가해자는 공직에서 퇴출된다는 얘기다. 파면 시 퇴직수당이 절반으로 삭감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거나 미성년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은 고의 유무나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파면 또는 해임된다. 특히,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의 경우 최하 징계가 견책이었으나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은 정직 이상 중징계에 처해진다.

음주운전 비위의 경우에는 혈중알코올 농도 0.1% 이상인 만취자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공무원은 처음 적발되더라도 중징계(정직)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해임 처분까지 가능해진다. 운전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운전원, 집배 직류)에 대한 음주운전 관련 징계규정을 신설해 면허정지를 받으면 강등이나 정직, 면허취소의 경우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하도록 했다.

공직사회에서는 음주운전 처벌과 관련, 형사처분에 이어 소속 부처로부터 해임 등의 행정처분까지 내려지는 것은 ‘이중·과잉 처벌’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류영록 위원장은 “개정안의 과잉처벌 문제를 종합 검토한 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을 만나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병대 윤리정책과장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 규정에 근거해 부패행위 신고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할 때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며 “음주운전의 경우 형벌과 징계는 성격이 달라 이중처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