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사업 스피드내야 하는데···" 곳곳 브레이크

by이승형 기자
2010.05.13 11:27:39

세종시 입주, 중국 LCD 공장 등 주요현안 제자리 걸음
''비전 2020'' 추진에 첫 걸림돌
"전세계 LED, LCD 수요 대응에 비상등"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어서 들어가 공장 짓고 직원들 교육도 시키고 양산 들어가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요.”

삼성이 향후 10년간 신사업에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이른바 '비전 2020' 계획이 추진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다. 세종시 입주, 중국 LCD 패널 공장 건설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처리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몇달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기투자가 관건인 삼성의 ‘신사업 스피드 경영’에 외부변수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세종시 입주 문제다. 신사업 추진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의 경우 시간이 더 지체될 경우 초기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삼성은 지난 1월 11일 세종시 165만㎡ 부지에 삼성전자(005930), 삼성SDI(006400), 삼성LED, 삼성SDS, 삼성전기(009150) 등 5개 계열사가 입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2015년까지 총 2조500억원을 투자하고, 1만58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출 분야는 LED, 태양광발전, 연료용전지, 바이오 헬스케어 등 모두 신사업이다.

삼성은 세종시 입주 1순위로 LED 부문을 확정지은 상태다. 오는 2012년 북미와 유럽에서 백열등 판매가 금지 또는 제한되기 때문에 백열등 대체에 따른 LED 시장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LED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약 218억 달러(한화 약 24조원). 2015년에는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블루오션'인 LED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도 모두 23조원이 투자되는 5개 신사업 가운데 LED 부문에 가장 많은 8조6000억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총 투자금액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문제는 시장이 더 성장하기 전까지 세종시 부지에 LED 공장을 세우고 양산에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세종시 문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는 데 있다.

지난 3월까지 정치권과 여론의 쟁점 한 가운데 있었던 세종시 수정법안 문제는 천안함 사태 이후 완전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천안함 정국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현재 세간의 관심은 급격히 지방선거로 쏠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야심차게 세종시 입주 계획을 내놨던 삼성으로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삼성 관계자는 “천안함 애도 정국에서 함부로 이야기 꺼냈다가 ‘돈밖에 모르는 기업’이라는 소리 듣기 십상”면서 “지방선거 이후를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세종시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의 세종시 입주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12년부터 LED 시장이 확대될 것이 뻔히 보이는데 초기 시장 진입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세종시에 LED 공장 지으려면 땅을 고르는 평판 작업부터 시작해서 건물 짓고, 설비 갖추고, 직원들 교육까지 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대체부지 물색을 검토중이지만 세종시만큼 입지조건이 뛰어난 지역이 없어 고심중이다. 더욱이 대체부지를 마련한다해도 각 사업부문이 지역별로 분산될 수 밖에 없어 사업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에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공장 신설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 승인이 나면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시에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1년까지 7.5세대(1950×2250㎜) LCD패널 공장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승인이 애당초 지난 3월말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미 두달 가까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만만디’는 중국 정부가 LCD 공장 신설 신청서를 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업체들을 놓고 최종 2개 업체를 추리기 위한 저울질을 거듭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승인이 나고 지금 당장 공장 착공을 시작한다 해도 급증하고 있는 LCD패널 수요에 맞춰 완공 및 양산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CD공장의 경우 서두른다 해도 건물을 짓고, 장비를 들여오는데 최소 1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승인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 승인 시기가 5월을 넘어서게 되면 중국이 우리나라 장마철과 비슷한 우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장 건설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쑤저우 공장의 양산 시점을 이르면 내년으로 잡은 삼성전자로선 승인이 계속 지연될 경우 양산 계획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