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유동성 실물에 안 돈다
by하수정 기자
2009.07.22 13:19:43
6개 시중은행 외화대출잔액 올들어 감소세 지속
기업수요 축소·외화대출 금리상승 탓.."은행 수익성 악화요인"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은행들이 잇따라 대규모 외화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기업이나 가계의 외화 수요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수출입 금융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원화보다 외화자금의 차입 비용이 높아진 점, 과거 엔화대출 손실 경험에 따른 회피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2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024110), 외환은행(004940) 등 6개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 주말(17일) 기준으로 총 205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말 대비 6.2% 감소한 것이다.
6개 시중은행들의 외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리먼사태 이후로도 230억달러 후반대까지 증가하다가 올들어 감소세로 전환, 200억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은행 외화대출 담당자는 "신규 외화대출의 경우 최근 상담건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기존 대출금도 만기 연장하지 않고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이 외화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외화 수요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라 수출입 규모가 감소했고 해외 투자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화유동성이 실물까지 퍼지지 않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높아진 외화대출 금리가 꼽히고 있다. 1~2년전 엔화로 대출했을때 이자가 연 1~2%대에 불과해 당시 5%이상을 매겼던 원화대출에 비해 훨씬 쌌지만, 지금은 기준금리만 보더라도 외화대출이 원화대출보다 1%포인트 가량 높다.
외화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은 은행들의 외화 조달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은행권 1년물 외화차입 가산금리는 올 상반기 3.86%로 지난해 1.06%보다 세 배 이상 뛰었다.
은행들이 올 상반기 중 140억달러에 달하는 중장기 외화를 조달해 넉넉한 유동성을 확보하긴 했지만, 비용이 워낙 높다보니 기업이나 가계에서 외화를 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화차입 비용이 더 낮아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반드시 필요한 실수요가 아니면 외화 빌리기를 꺼려한다"면서 "엔화대출을 빌렸다가 환율급등과 금리상승으로 손실을 봤던 경험이 채 가시지 않아 심리가 아직 얼어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