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의성 기자
2009.03.26 13:20:03
아레나폰 대박 예감..출시전 선주문 100만대 돌파
"올해 LG 휴대폰 큰 기회될 것"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5000대 지금 바로 계약하겠습니다"
순간, LG전자 관계자들의 눈이 동그레졌다. 전시회에 출품한 신형 휴대폰을 현장에서 바로 구매 계약하겠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모바일 컨퍼런스인 MWC 2009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시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LG전자 비지니스룸에 유럽 모 통신회사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프리젠테이션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LG전자가 3차원 UI(유저인터페이스) 구현했나요?"
"그렇습니다. S클래스 UI를 처음으로 채택한 최고의 멀티미디어 휴대폰이 있습니다. 아레나폰을 보여드리죠"
유럽 통신회사 관계자는 건네받은 아레나폰을 이래저래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간간히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내뱉았다. 한참을 아레나폰과 씨름하더니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팅룸 밖에서 들려오는 전시장 소음이 차츰 크게 들리는 순간, 마침내 그가 침묵을 깼다.
"아레나폰, 확신합니다. 이 자리에서 5000대 계약하겠습니다"
아레나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긴 했지만, 현장에서 바로 구매결정을 내릴 줄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며칠 뒤, LG전자(066570) 유럽지역 영업본부 고위 관계자는 MWC 현장에서 본사에 전화보고를 했다. 유럽 통신·유통사업자들과의 연이은 미팅으로 목이 쉴대로 쉬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해외 사업자들로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아레나폰 출시 예정 국가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주십시오"
MWC2009 에서 선보인 아레나폰은 유럽지역 출시 이전에 벌써 선주문 100만대를 받았다. 초코릿폰과 샤인폰, 뷰티폰 등 잇달아 히트작을 낸 데 이어 쿠키폰과 쿼티 자판을 장착한 메시징폰(KS360)이 유럽과 아시아지역에서 인기 급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아레나폰의 대박조짐에 LG전자 UI개발실 이동석 책임연구원은 지난 2007년 여름 안승권 MC사업본부장의 지시로 `S클래스 UI`(유저 인터페이스)개발에 착수했던 때를 떠올렸다고 한다.
당시 LG전자는 프라다폰과 뷰티폰을 출시한 후 앞으로 터치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를 비지니스로 옮기기 위한 단계에 착수했다.
가장 큰 화두는 `터치폰이 대세가 된다면,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 연구원들은 터치기능을 채택한 MP3와 네비게이션 등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제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터치 방식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결론은, 터치 방식의 휴대폰은 `오동작이 없어야 한다`라는 점과 `거부감 없이 휴대폰을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책임연구원은 "터치 휴대폰은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일일히 휴대폰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화면 터치에 손길가는 대로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익힐 수 있는 휴대폰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터치폰 최적의 UI를 만들자는 `Guess TDR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0명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에 100여명의 R&D 연구원들이 가세했다. 심리와 인지 등 인간공학을 적용해 UI를 `휴대폰의 종합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뜀박질에 가속이 붙었다.
1년에 걸친 씨름 끝에 LG전자의 야심찬 UI인 `S클래스`가 완성됐다. LG전자는 이 UI를 글로벌 법인을 통해 일반 소비자 반응을 조사했다.
"유럽 6개국가 100여명의 휴대폰 유저들에게 S클래스 UI에 대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어려워 보였지만 실제 써보니 예전에 쓰던 휴대폰처럼 쓰기 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S클래스가 지향하는 것은 가장 쉽고, 가장 빠르고, 가장 재미있는 UI라는 점에서 명품 UI로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확신했습니다."
S클래스를 개발한 LG전자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어떤 휴대폰에 처음 적용해야 S클래스의 성능을 100%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것.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아레나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