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빈부격차, 2차대전 이후 최고

by하정민 기자
2007.10.12 14:10:42

상위 1%가 전체 소득 21.2% 점유
금융시장 호황·세계화·기술발달 등 원인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는 끝났다"

미국의 빈부 격차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돈이 돈을 버는` 현상이 뚜렷해져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세청(IRS)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미국의 최상위 1% 부자가 미국 전체 소득의 21.2%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에도 이 비율은 20.8%에 불과했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2.8%에 그쳤다. 2004년 13.4%보다 낮았고 2000년 13%도 하회했다.

IRS는 이 통계를 지난 1986년부터 집계했다. 하지만 많은 조사 결과들은 미국 부자들이 가진 부가 1920년대 전체 부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일 부시 미국 대통령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빈부격차 심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첫째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소득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었고, 기술 격차가 소득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이슨 퍼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며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후 빈부 격차가 인위적으로 잠시 줄어드는 듯 했으나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은 기술 발달, 세계화,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거부 출현 증가 등이 소득양극화 속도가 빨라진 이유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의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의 최상위 부자들이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독식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WSJ은 2년 전에는 "교육 격차가 미국 사회의 이동성을 떨어뜨리고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는 최대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아메리칸 드림, 신화는 없다"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캐플란 교수와 조슈아 라우 교수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최상위 연봉자 0.5%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비금융 기관 고위 임원이 받는 전체 소득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우 교수는 2005년 최고 연봉을 받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소득이 2003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4년 헤지펀드 업계 연봉 상위 25걸의 소득은 S&P500 기업 전체 최고경영자(CEO)들의 소득보다 많았다.

빈부격차 확대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WSJ은 지난 4일에도 전 세계 가구 중 0.7%에 불과한 세계 백만장자 가구가 세계 부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 백만장자의 절반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세계 백만장자가 전체 富 33% 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