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을 테면 잡아봐”…'전범 용의자' 푸틴, ICC 회원국 몽골 방문

by정다슬 기자
2024.09.03 10:24:36

몽골 대통령 초대…ICC기소 후 첫 ICC회원국 방문
러시아-中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신설 논의
우크라이나 "몽골 국제형사법 체계 타격…책임져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은 부얀트 우하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크렌린궁)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제판소(ICC) 회원국인 몽골에 방문했다. 지난해 ICC가 그를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그가 ICC회원국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ICC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몽골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여타 지도자들처럼 환대를 받으며 몽골에서의 일정을 수행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흐나 훌럴수흐 몽골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2일(현지시간) 오후 11시께 몽골 수도 울란바로트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부얀트 우하 공항에 내렸고 몽골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3일 오흐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파워 오브 시베이아2’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줄어든 대유럽 천연가스 수출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중국에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같은 날 소련군과 몽골군이 할힌골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공동 승리를 거둔 85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렌링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몽골 방문에 앞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체포 여부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와 몽골이 방문의 모든 측면을 사전 논의했다고 밝혔다.



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과 아동인권위원인 마리아 르보바-벨로바를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2023년 8월 푸틴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 방문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남아공 법원이 푸틴 대통령이 방문할 경우 정부는 그를 체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후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으면서 국제 형사법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헤오르히 티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몽골은 피고인이 정의를 회피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공유했다”며 우크라이나는 동맹국과 협력해 몽골이 그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전인권연합은 지난달 러시아-미국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러시아 정치범 블라미디르 카라-무르자를 포함한 수십명의 인권운동가와 단체들의 서명이 담긴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