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SVB사태, 영향 제한적...예의주시"

by노희준 기자
2023.03.13 10:39:08

금감원, 금융상황 점검회의 개최
국내와 다른 SVB특수한 영업구조가 긴축과 맞물려
예금자보호 안 되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조달
자산 56% 유가증권 투자...긴축 과정에서 유동성 봉착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관련, 시스템적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AFP 제공)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업권별 감독부서와 뉴욕사무소 합동으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원장은 “미국 정부 및 감독당국이 12일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금융당국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SVB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유동성 공급대책(Bank Term Funding Program)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연준은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만기 대출을 공급하고 재무부는 250억불 규모의 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을 활용해 지역 연준은행을 지원키로 했다.

이 원장은 다만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번 SVB사태가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SVB의 경우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예금이 87.6%에 달했다. 특정 이벤트나 금융 불안이 발생했을 때 대량인출(뱅크런)같은 사태에 취약한 대목이다.



여기에 SVB는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했다. 이 때문에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 발생하면서 예금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

이 원장은 “금일 점검 결과,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은행은 예대업무 위주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 비중이 총자산의 18%로 낮았다. 금융위기 등이 터졌을 때 뭉칫돈이 빠져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한달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가리키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유동성 상황이 양호했다. 반면 SVB는 LCR 규제를 적용하지도 않았다.

인터넷은행의 경우에도 자금조달이 소액·소매자금(예금자보호대상)으로 이뤄져 단기간내 자금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인뱅의 1인당 평균 예금액은 약 200만원대로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에 견주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외화 LCR 역시 현재 143.7%로 SVB 사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에도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그럼에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 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해달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