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가 인상은커녕 생산 줄이는 철강업계 2분기도 '우울'
by경계영 기자
2020.04.26 15:37:05
코로나19로 車직격탄에 철강 '불똥'
판매량 7%가량 줄 듯…판가 인상도 차질
포스코 "가동률 조절" 현대제철 "일부 중단 검토"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발 경기침체가 철강업계까지 덮쳤다. 포스코는 영업이익률이 1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현대제철은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3분기께까지 코로나19 영향이 지속할 수 있다고 본 이들 철강사는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내려잡고 생산량을 줄이는 등 수익성 방어에 나서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7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 감소했다. 매출액은 14조545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2%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7.5%에서 올해 1분기 4.8%로 떨어졌다.
현대제철(004020)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9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479억원에 이어 2분기째 적자를 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줄어든 4조6680억원에 그쳤다.
이들 철강사 실적이 뒷걸음질친 배경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이후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줄자 결국 철강 수요 감소로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포스코는 928만t에서 862만t으로, 현대제철은 524만t에서 508만t으로 각각 줄었다.
중국 철강제품 재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은 상황에서 연초 밝혔던 판매가격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24일 진행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조선업체와, 현대제철은 자동차업체와 각각 상반기 가격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에 판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2분기도 실적이 안 좋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동차 강판이 팔리지 않다보니 다른 열연 제품으로 판매하는 수밖에 없어서다. 포스코는 해외법인이 자동차업체를 타깃으로 진출해있고,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주태 포스코 경영전략실장(전무)은 “판매 비중(세일즈 믹스)에서 주를 이루던 자동차 강판 규모가 줄고 다른 열연 제품으로 바뀌면서 (수익성이) 약화할 것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별도 기준 29조9007억원에서 25조2458억원으로, 제품 판매량을 3500만t에서 3240만t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현대제철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산업 위축으로 세계적 철강사가 감산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3분기 초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연간 판매량이 7~8% 정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 이들 철강사는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3월 조강 생산량은 1년 전보다 7.9% 감소했다.
포스코는 4600㎥ 규모의 광양제철소 3고로 개수공사가 2~5월 진행돼 자연스럽게 감산 효과가 발생했다. 제강 과정에서 스크랩을 투입해 증산 효과를 냈던 부분도 축소했다. 김광무 포스코 철강기획실장(전무)은 “매주 열리는 대책회의에서 시장 상황을 보고 설비 가동률을 바꾸면서 탄력적으로 (생산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전체 조강 생산량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전기로 일부를 가동 중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들 철강사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손익보다 현금흐름에 더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포스코는 코로나19 사태 직전 2조3000억원가량을 미리 조달했고 투자 계획을 4조1061억원에서 3조2296억원으로 축소했다. 현대제철은 옛 현대하이스코의 잠원동 사옥과 현대오일뱅크 지분 등 재무적으로 도움 될 만한 자산 매각을 검토중이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물량 판매 감소분을 내수로 전환하거나 열연 제품으로 전환해 판매량을 방어하겠지만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해 2분기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한 시기”라며 “중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철강재 재고를 소진하고 유럽·미국 자동차 공장이 재개되는 등 외부 환경 변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