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美 자회사는 알았지만 본사는 몰랐다?…코오롱 인보사 진실게임

by강경훈 기자
2019.05.06 19:37:38

"세포 뒤바뀐 것 3월 처음 알았다" 주장 거짓 드러나
허가 전인 2017년 3월 ''신장세포다'' 통보 받아
코오롱 측 해명 "몰랐다" 뿐…설득력 전무
식약처, "종합적 검토하겠지만 회사 측에 불리할 것"
업계, "이 정도 수준인지 몰랐다…파장 번지지 ...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세포 유래 논란을 겪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102940) 인보사와 관련한 논란이 점점 코오롱생명과학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으로부터 ‘2017년 3월 위탁생산업체(론자)로부터 ‘인보사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생산한 사실이 있다’고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논란이 시작된 지난 4월 초 “2004년 개발 당시부터 연골세포를 형질전환한 것인 줄 알고 있다 지난 3월 처음 연골유래가 아닌 신장유래 형질전환 세포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해명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년 전에 이미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허가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내용이 밝혀지면 처음부터 개발과정을 다시 밟아야 해 조직적으로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인보사는 4달 뒤인 2017년 7월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결과적으로 보면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결코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의 주장은 이렇다. 2017년 미국에서 임상3상을 준비 중이었고, 임상3상은 대규모로 진행해야 하는 탓에 위탁제조사를 임상1·2상용 약을 만들었던 우시에서 업계 선두권인 론자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론자에 생산 가능성을 타진했고 론자는 최신 염기서열 분석법인 단기염기서열반복(STR)검사를 통해 인보사 성분이 인간 신장 유래 형질전환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론자는 인간에서 유래한 바이오의약품만 위탁생산한다”며 “당시 론자의 ‘신장유래 세포라 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결과를 통보했고 코오롱티슈진이 여기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결과에만 집중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계 사람들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공동으로 인보사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개발 과정의 퀄러티 컨트롤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와 진행 중인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관련한 소송에서 미쓰비시다나베 측이 지난달 계약 취소 사유에 대해 이같은 내용을 추가해 여기에 대응하면서 해당 내용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미쓰비시다나베와 5000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1년 뒤 미쓰비시다나베가 계약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취소롤 통보했다. 현재 두 회사는 계약금 250억 원 반환에 대해 소송 중이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다나베가 신장세포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계약을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세포 변경에 대해 미쓰비시다나베가 알고 있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면 해당 내용을 미리 알면서도 은폐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미쓰비시다나베가 소송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면서 서류를 검토하다 알게 된 것으로 결코 의도적으로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년 전에 신장세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회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현행 약사법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허가 전에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성분이 신장세포가 아닌 연골세포로 허가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를 마친 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년 전 알았다는 내용만 가지고 당장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코오롱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계획 중인 미국 현지 조사에서도 해당 내용을 모두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게 인보사 개발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오는 14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미국 현지 조사는 이르면 20일 경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를 개발할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속속 밝혀지는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회사 측은 ‘몰랐다’는 말만 반복할 뿐 대처하는 수준이 안일하고 제약업계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기본적인 문제들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코오롱티슈진이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입장이지만 신약개발 과정을 제대로 밟았다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 회사의 해명은 아무 것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의 파장이 업계 전체로 번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