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13.10.07 11:01:1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회사원 김 모 씨는 최근 S카드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S카드 체크카드 고객인 김씨에게 주유 할인을 받을 수 있는 ‘ㅇㅇSK’ 신용카드를 연회비 등 아무 조건 없이 발급해 주겠다는 것. 김씨는 신용카드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직원은 “당장은 필요 없어도 갖고 있다가 나중에 쓸 일이 생기면 쓰시면 된다”며 카드 발급을 부추겼다. 김씨는 연회비도 대신 내주겠다는 말에 일단 발급 받기로 결심했다.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체크카드 사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카드사는 체크카드 고객에게 신용카드 고객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에 맞춰 관련 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작년부터 체크카드 고객 잡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적자 상태인 체크카드만으로 수익 창출 구조로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체크카드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신한카드 등은 작년 한 해 체크카드 부문에서만 100억원 이상씩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체크카드를 발급해도 막상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체크카드는 1.0%포인트에서 1.7%로 신용카드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낮다. 카드사는 결제 액수와 관계없이 건당 일정액을 카드결제 단말기를 운영하는 밴사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소액 결제가 늘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또 체크카드 1일 이용한도가 대체로 200만~3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확대했지만, 여전히 체크카드 이용은 소액결제 위주라 카드사 역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체크카드 평균 결제금액 역시 지난해 연 말에는 3만2571원이었지만 지난 6월에는 2만5690원으로 감소했다.
부대 수익인 연회비, 할부거래, 카드론, 현금 서비스 등 수익이 날 부분이 전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은 체크카드에도 연회비를 부과하거나 일정한도를 신용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드’를 선보이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 오히려 현명한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카드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 10%, 체크카드 30%로 조정하면서 무조건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고 있지만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 사용을 포기한다면 오히려 손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봉이 6000만원이라면 25%인 1500만원까지는 무조건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쓰고 초과액에 대해서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유리하다. 체크카드로 소득공제 한도 300만원을 다 채웠다면 그 이후에는 다시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쓰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