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소송에 빠진 기업들..'법보다 시장이 먼저'

by이학선 기자
2013.03.07 11:37:22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기업들이 앞다퉈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더이상 의지할데 없는 힘없는 중소기업이 최후의 보루로 법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자금력과 전문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툭하면 소송으로 법원 앞으로 달려간다.

최근만 해도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와 냉장고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고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000080)도 소송전에 돌입했다. 홈쇼핑업계 1~2위를 다투는 GS홈쇼핑(028150)과 CJ오쇼핑(035760)도 자존심 경쟁이 소송으로 번졌다.

웬만한 규모의 기업마다 법무팀을 가동하고 사외이사에 법조계 출신 인사 한두명 앉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니 ‘법대로 하자’는 게 어쩌면 당연한 흐름인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상도의보다 법을 앞세우는 요즘의 흐름은 지나친 감이 있다.

특히 홈쇼핑업계의 선두주자간 다툼은 보기가 민망하다.



CJ오쇼핑은 지난달 말 GS홈쇼핑의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쇼킹10’이 자사의 영업방식과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지난 2011년부터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오클락’을 운영하는 CJ오쇼핑은 후발주자인 GS홈쇼핑이 ‘쇼킹10’을 통해 오전 10시부터 특별 할인상품을 판매하는 등 자사의 차별화된 영업방식을 따라하고 사이트도 유사하게 베꼈다는 주장을 폈다.

특정시간에 진행하는 마케팅에 독점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이를 법적 공방으로 끌고간 게 합리적 판단이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소셜커머스 업계에서도 지나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면 소송에 안걸릴 만한 곳이 별로 없고, 그 결과 소셜커머스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에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CJ오쇼핑은 현재 소송 취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GS홈쇼핑이 의도적인 베끼기를 하고 있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경고 차원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끝까지 갈 것 같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뒤늦게나마 이런 내부기류가 형성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법에만 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지금은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