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배후에 지구 파괴 음모가…

by장서윤 기자
2012.02.07 12:03:40

임성순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찌질남들의 황당 납치쇼
만화적 상상력으로 사회 풍자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7일자 26면에 게재됐습니다.

▲ 임성순 작가(사진=은행나무)

[이데일리 장서윤 기자]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납치됐다. 그것도 고교시절 이른바 ‘찌질이’를 면치 못하며 사회에서도 부적응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 남자 동창생들에 의해서다.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은둔형 외톨이 승희, 문근영의 광팬인 혜영, 과대망상증이 있는 성순이 바로 그 납치범들이다.

문근영 뒤에 국가 전복의 음모가 있다고 굳게 믿는 이들 세 사람은 문근영을 내세워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세력을 저지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류를 멸망시키고 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세 사람은 자책감에 괴로워하다 이 모든 현실이 ‘회사’의 치밀한 전략임을 깨닫는다.



소설 ‘문근영은 위험해’(336쪽, 은행나무)는 회사를 소재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다룬 ‘컨설턴트’로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임성순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자 ‘회사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작품. 만화같은 황당한 스토리 속에 현대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았다.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 인류의 모습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꼬집고 있는 것.

내용만큼 독특한 형식은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만화와 광고, 인터넷 최신 유행어와 패러디로 이루어진 텍스트 사이에는 대중음악 제목으로 이뤄진 소제목과 미국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전편보기와 예고편도 있다. 이런 파격적 시도에 대해 작가는 “미디어에 의해 지배당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군상을 표현해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전한다. 시종일관 호기심을 자아내며 전개되는 도입부에 비해 결말은 다소 맥없이 서둘러 마무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