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정보 다 믿을 수 있을까

by오현주 기자
2011.09.09 15:01:05

여자답게 길러진 헤밍웨이
먼로는 성형수술로 재탄생
위인들의 이중성 신랄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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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 슈나이더|702쪽|을유문화사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분명 우리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흔히 거론해온 `유명인`에 대한 환상 말이다. 훌륭한 일을 많이 했을 거란 무한신뢰, 그것이다. 물론 우리 탓만은 아니다. 십중팔구 어릴 때부터 읽으라고 강요받은 위인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작가의 가장 귀중한 자산은 불행한 어린 시절이다`고 부르짖은 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다. 그가 살면서 결심했던 일이 한 가지 있다. “나는 누구보다 남자다운 남자가 될 것이다. 세계의 마초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헤밍웨이가 18개월 즈음 찍은 사진에선 사랑스러운 미소를 띤 여자아이가 서 있다. 이후로도 몇 년간 헤밍웨이는 독재자 같은 어머니에 의해 더 여자답게 길러졌다. 아마추어 복서에 종군기자, 맹수사냥꾼을 전전하며 어릴 때 어머니가 입혀준 여자아이 옷에 대해 복수를 꿈꾸던 그는 남자답게 사냥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마 진 모턴슨이란 여자가 있다. 1900년대 초중반, 유명해지겠다는 각오로 집을 나왔다. 그는 그저 풍만한 가슴에 다리가 좀 짧은 그냥 예쁜 처녀였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몸에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 고치기로 한다.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뾰족한 턱에 연골을 넣어 부드러운 턱선으로 만든다. 타고난 가슴을 공격적으로 과시하면서 `섹스 심벌`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불안정하고 천진하고 연민을 부르는 표정, 마릴린 먼로(1926∼1962)다.

세계사에 기록된 인물들의 명성이 가진 이중성에 적나라한 비판어를 들이댔다. 명성은 대부분 한 인간의 위대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그들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의 욕구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먼로에 앞서 그레타 가르보는 “얼굴 이외에는 별로 가진 것도 없이” 클로즈업 기술을 비롯해서 무한한 확산·반복 기술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수혜자였을 뿐이며, 계급에 상관없이 평등한 세상을 주창했던 카를 마르크스는 지인들의 돈을 제 돈인 양 꺼내 쓴 몰염치의 극치였다고 주장한다.

▲ 강한 남자의 표상인 헤밍웨이(오른쪽)와 그의 18개월 때 모습. 평생 헤밍웨이는 `여자아이 옷`에 복수를 하듯 살았다. 소설은 물론 일생에서도 사납고 거칠게 살다가 남자답게 죽을 줄 아는 차가운 남자들의 세계를 보이려 애썼다(사진=을유문화사).

위인들끼리의 평가도 수시로 엇나간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헤겔이 `뒤죽박죽 엉터리 철학`으로 유명해졌다고 혹평했다. 베르디는 모차르트의 치기를 조롱했으며, 톨스토이는 셰익스피어를 비웃고, 니체는 바그너를 무시했다.

세간에 알려진 유쾌한 작품들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예술가들에게서 탄생했다는 패러독스도 짚어냈다. 파블로 피카소는 마지막 20년을 `나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매일 아침 복창하며 살아냈다는 거다.

저자인 볼프 슈나이더는 독일의 대표적 문화사가다. 전작 `위대한 패배자`에선 체 게바라를 비롯해 렌츠와 고흐 등 살면서 인정받지 못한 25명의 뼈아픈 패배의 역사를 거슬렀다.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있으면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슈나이더가 강조하는 인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