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가는 `금호 형제의 난`··계열사 불법거래도 폭로?

by김국헌 기자
2009.08.03 14:29:57

박찬구 회장, 3일 사내게시판에 입장문 발표
형님측 석유화학 매입자금 출처에 배임의혹 제기
"형제경영합의 깬 것 아니라 석유화학 지키려했다"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4남인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긴 침묵을 깼다. 지난달 28일 금호석유(011780)화학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된 지 엿새만이다.

그는 법적대응 의사를 명확히했다. 창업주 3남(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4남간 `형제의 난`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 3남인 박삼구 명예회장(왼쪽)과 4남인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오른쪽)

박 전 회장은 3일 금호석유화학 사내게시판에 A4용지 2장 분량의 장문을 올렸다.

법적대응의 뜻과 함께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과정과 유동성 위기해소방안을 둘러싼 마찰, 공동경영의 책임 소재 등을 작심한듯 언급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 지분경쟁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측이 계열사를 동원한 의혹까지 제기, 법적대응의 범위를 해임건에만 한정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따라서 형제간 법적분쟁 파장이 그룹 경영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폭로전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됨에 따라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측은 이에 대해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데 의혹을 제기했다"며 "박찬구 전 회장의 주장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언급했다.


박 전 회장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경쟁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측의 자금 조달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형제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 아들인 박세창 상무(그룹 경영전략본부)와 창업주 2남인고 박정구 회장 아들 철완 씨(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가 자신에 맞서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세창 상무 등이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002990)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했는데,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으로 금호렌터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이어서 금호렌터카 주주와 임직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공시에 따르면, 박세창 상무과 박철완 부장은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각각 금호산업 주식 110만6270주와 122만6270주를 모두 340여 억원에 넘긴 것으로 돼있다.

박 전 회장은 "자본완전잠식 기업이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호개발상사도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할 필요성이 무엇이었는지, 도대체 누가 이러한 거래를 지시하였는지 등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불법적 거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거래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금호렌터카는 금호P&B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개발상사는 금호P&B화학(50.00%), 금호렌터카(43.75%),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재영 씨(6.25%)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시장에 내다팔 경우에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측면에서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주회사인 금호산업과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의 양축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거느린 구조다.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전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계열분리 주장에 반대하다가, 동생인 박찬구 전 회장이 결국 지분 매입이라는 실력행사로 맞서 형제간 분쟁의 골이 깊어졌다. (대주주 지분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것이다.)


박삼구 회장과의 마찰에 대해 박 전 회장은 외형추구 경영방침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형제간 분쟁이 밖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금호석유화학 지분추가 매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 전체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추진 당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유동성 위기가 금호석유화학에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필요성이 크다는 절박함 속에서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박찬구 전 회장 부자(父子)는 형제간 지분율 균형을 깨고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해, 지분율을 기존 10.01%에서 16.50%까지 높였었다.

박삼구 명예회장이 제기한 공동경영 원칙 파기에 대해 박찬구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공동경영 약속을 무시한 채 그룹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바람에 위기를 초래했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박찬구 전 회장은 지난 7월28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의 불법성도 조목조목 주장했다.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이사회 석상에서 해임안을 기습상정한 점, 투표용지에 이사 이름을 적도록 이사들에게 압력을 가한 점 등을 지목했다.

박삼구 명예회장, 박찬구 전 회장,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4인 등 이사 전원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해임안은 6대1로 통과됐다.

자신을 제외한 6명의 이사들이 찬성몰표를 던진데 대해 박삼구 회장측이 기명투표방식을 사용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이사회 직후 금호석유화학 내부에서는 30년간 금호 화학 계열사를 안정전으로 경영하며 신망을 쌓아온 박찬구 전 회장이 이사회에서 어떻게 그렇게 몰표로 해임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임직원이 상당수 있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상징적 지위인 그룹 회장직에서만 물러난 것은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영책임을 지고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주장이다.

한편 이같은 박 전 회장들의 주장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이사회 해임안 가결 과정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며 "박삼구 명예회장이 의장으로서 소집했고 기명투표는 법적 요구사항"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