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 실질소득 개선되나…소비 회복 속도 더딜 것"

by하상렬 기자
2024.01.18 10:10:44

한국은행, 금융·경제 이슈분석 발간
금리·물가 상승 여파…펜트업 수요도 소진
채무부담 누증, 소비패턴 변화 등 소비 제약할듯
가계 실질구매력은 수출 개선으로 점차 개선 전망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작년부터 이어지던 국내 소비 부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당초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이데일리DB
한은은 18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을 통해 최근 민간소비 흐름을 평가하고 향후 여건을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는 작년 이후 재화소비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작년 4분기 들어 빠르게 반등하던 서비스소비도 둔화하면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됐다. 재화 소비는 그간의 금리·물가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가계의 서비스 ‘펜트업 수요’(pent-up demand·억눌렸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이다.

주요국에서도 대체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지만, 그 양상은 나라별로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가계의 양호한 재무상황 등을 배경으로 빠른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에 유로지역과 일본은 경기 부진,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회복이 더뎠다.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은 앞으로 국내 민간소비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판단했다. 가계 실질소득 개선이 소비여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채무부담 누증과 급속한 고령화 및 팬데믹 이후 소비패턴 변화 등에 따른 소비 성향 제약 등을 감안할 때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란 관측이다.



출처=한국은행
우선 향후 가계 실질구매력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평가됐다. 가계 실질소득이 작년 이후 기업실적 악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빠르게 약화돼 가계소비의 주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물가 오름세도 둔화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자비용은 부담이다. 금리 상승기조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 대출이 많은 중·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부담이 크게 확대되면서 소비여력(실질가처분소득)의 개선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패턴 변화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소비성향은 팬데믹 충격으로 급락한 뒤 반등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디다. 향후 향방과 관련해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 또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지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됐다.

한은 분석 결과 40대 미만은 팬데믹 이후 급증한 원리금상환 부담 등이 소비성향을 제약할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이전부터 기대수명 연장과 노후준비 부족이 맞물리면서 저축유인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왔다는 평가다.

야간 시간대 지하철 이용객이 팬데믹 이전보다 줄어든 상황도 소비 회복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팬데믹 이후 많이 감소했던 수도권 지하철 이용객은 최근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회복했지만, 20시 이후 야간 시간대는 회복이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