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내성암호 힘 실은 정부…양자키분배 밀던 업계 '예의주시'

by김가은 기자
2023.07.16 16:44:35

정부, '범국가 양자내성암호 마스터 플랜' 발표
전문가, 정부가 양자내성암호에 힘 싣고 있다 분석
자문위원 사이에서 양자키분배 포함시키자 의견 나왔으나 반영안돼
업계 "두 기술 모두 가져가는 차원"이라면서도 긴장

양자내성암호 전환 추진 로드맵(사진=국가정보원)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정부가 양자컴퓨터로 인한 현재 암호체계 무력화에 대비해 ‘양자내성암호(PQC)’를 키우기로 한 가운데, 양자암호통신에 쓰이는 양자키분배(QKD)는 민간 기업에 맡기는 모습이다. 전 국가 암호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바꾸기 위한 연도별 이행 계획이 공개됐지만, 양자키분배는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국가정보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범국가 양자내성암호 전환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통상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른 보안 위협 대응책으로는 양자내성암호와 양자키분배 두 가지가 손꼽힌다. 양자내성암호는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현재 공개키암호 체계를 발전시키는 개념이다. 양자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수학적 난제를 이용해 보안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양자키분배는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한 보안 기술이다.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양자 성질을 이용해 해킹이나 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누군가 통신 과정에 개입해 데이터 탈취를 시도하면 양자에 담긴 정보가 즉각 변화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2035년 이후 양자내성암호를 전 국가에 확산·보급하겠다고 밝힌 내용에 양자키분배는 없다. 전략 수립에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양자키분배 기술 상용화 계획도 마스터플랜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최종안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는 양자키분배보다는 양자내성암호에 더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같은 판단에는 정보당국의 합법 감청을 위한 키관리 니즈와 함께 비용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자키분배를 상용화하려면 대형 전용 장비가 필요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은 양자키분배를 위한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양자내성암호를 밀고 있다.

다만 정부와 SKT, KT 등 양자키분배 기술 연구 및 상용화를 주도 중인 기업들은 이번 양자내성암호 마스터플랜 발표가 양자키분배 기술을 아예 등한시한다거나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에서 양자컴퓨터 위협 대응 기술로 양자키분배가 아닌 양자내성암호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국정원에서 올해 3월 양자키분배에 대한 인증 체계를 발표했고, 이를 국가 안보기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기 떄문에 양자내성암호와 함께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이번에 준비한 건 양자내성암호 뿐이지만 부처 내에 양자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과가 장관 직속으로 있다”며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