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부겸 “갈등·분열 공동체의 위기…대화·타협·공존·상생 절실”

by조용석 기자
2022.05.12 10:00:00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
“승자독식 사회는 행복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아”
“30년 정치인·공직자 생활 마무리”…정계은퇴 선언
국민에 감사 “공동체 위해 일할 기회 주셔서 감사”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총리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임사를 통해 “나와 생각이, 성별이, 세대가, 출신 지역이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이런 공동체에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민주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공화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며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또 김 총리는 30년 정치인·공직자 생활도 마무리하겠다며 정계 은퇴도 공식화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사진 = 연합뉴스)
김 총리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오늘은 제가 대한민국 제47대 국무총리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을 보면서 온몸을 바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우리 부모님들과 형제자매들 앞에서 저는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이민족에게 압제를 당했던 비극을 뛰어넘고 그 처절한 동족상잔의 아픔조차 극복해냈던 우리 민족 공동체의 역사를 생각하면, 정말 이럴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탐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수도권만 잘 살고, 경쟁만이 공정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결코 행복하지도 지속가능 하지도 않다”며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 우리 공동체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이자, 지금 대한민국 공동체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정신”이라며 “대한민국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도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다음 세대의 미래를 열어주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오늘 국무총리직을 퇴임하면서 지난 30년 넘게 해 왔던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한 세대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이 부족한 저를 국민의 공복으로 써주시고 우리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코로나19 대응 등 여러 업무를 함께한 공직자들에게도 “지난 1년간, 제가 여기에 기여한 작은 것이라도 있다면, 그 모든 공은 바로 여러분께 돌아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는 여러분을 국난을 극복한 위대한 공직자들로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김 총리는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이후 참여정부 출범 후 진보정당인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바꿔 현재에 이른 진영을 넘나든 정치인이다. 4선 의원으로 총리 직전에는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16대 총선에서는 경기 김포 지역구에 한나라당 당적으로 당선(초선)됐으며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소속 당적을 바꿔 국회에 계속 입성했다. 이후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진보진영의 험지이자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19대 총선(대구 수성갑)에서는 낙선했으나 20대 총선에서는 당선, 동서화합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됐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망이 높아 정치권에서 계속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