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새 검찰총장 윤곽…이성윤 수사심의위, 묘수일까 자충수일까

by이성웅 기자
2021.04.25 16:15:32

'수사 외압 의혹' 이성윤, 기소 임박 관측에 수심위로 응수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인선에도 영향 줄 전망
수심위 개최까지 2~3주 소요…검찰, 기소 부담 느낄 수도
수심위 결론 권고 사항 불과해 기소 강행 가능성도 커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이번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를 새 검찰총장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 가운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 요청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이 지검장의 수심위 요청이 묘수가 될 지 자충수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수심위 결과와 관계없이 기소될 가능성이 커 시간끌기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 지검장의 수심위 소집 요청에 응하기로 결정하고 조만간 외부전문가 소집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22일 대검찰청에 자신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가 염려된다며 수심위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자 오인서 수원고검장 역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에게 신속하게 수심위를 소집해달라며 맞불을 놨다. 다만, 자문단소집의 경우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어야 소집할 수 있어 이번 사안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최초 포착했던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수사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의 소집 요청 직후 법무부는 오는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첫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총장 사퇴 후 7주만이다.

현실적으로 29일 회의 전 수심위가 열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통상 수심위는 외부 전문가를 선정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등 소집까지 2~3주가 걸린다. 이 때문에 이 지검장이 후보추천위 개최 전 검찰 기소를 막기 위해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심위 소집을 준비하고 있는 도중에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 후보로 추천될 경우 검찰 수사팀이 기소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심위 결정은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사팀이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 지검장 자신 역시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사건에 대한 수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검언유착 조작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 역시 따르지 않은 이력이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성윤 검사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대검 차원에서 모든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빨리 기소하고 정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기소까지 된 인물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할 경우 정권 차원에서도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수심위에서 기소 권고까지 내릴 경우 이 지검장은 더 이상의 동력을 잃게 된다. 수심위 소집 요청이 자충수가 되는 셈이다.

한편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 지검장 외에 조 대행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봉욱 전 대검 차장,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거론다. 박 장관은 추천위가 추린 최종 후보군 3~4명 중 1명을 선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