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불 수출 씨모텍에 닥친 비극..회사 어디로 가나

by박원익 기자
2011.03.28 10:32:21

감사의견 거절..갑작스런 대표 사망
소액주주들, 정기 주총서 경영권 확보 시도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갑작스런 대표의 사망으로 씨모텍(081090) 주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1억 달러 수출탑까지 수상한 기업이 예기치 않게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고, 대표이사의 자살이라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소액주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지분을 모아 경영권을 확보하고 회사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코스닥 상장사 씨모텍의 김 모 대표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채 발견된 것은 지난 26일 저녁.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쪽에서는 사인을 자살로 잠정 결론 내렸다. 차 안에서는 유서도 함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4일부터다.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이 지났음에도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것.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던 차에 한국거래소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가 나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주주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가 지난 16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적자가 심한 것도 아니라면 단순 자료 제출 지연 등으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나온 보고서의 결과는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사유는 회사의 내부통제절차의 취약점으로 인해 중요한 자금거래의 실질과 적정성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즉시 씨모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주식 매매거래를 중지했다.

주주들이 미처 감사의견 거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지난 주말엔 대표이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주주들은 물론 회사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회사쪽에서도 주말에 보도를 통해서 처음 사건을 접했다"며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회사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씨모텍은 지난 200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해 노트북 등 휴대용 단말기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휴대용 인터넷 접속장치(무선 데이터 카드모뎀)를 주로 생산해왔다.

지난해 9월 외환파생상품(KIKO) 상품 계약을 종료하고 11월에는 제47회 무역의 날 기념 시상식에서 `1억불 탑`을 수상하는 등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M&A와 무리한 사업확장이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200억원 이상을 들여 바이오 기업인 제이콤(060750)을 인수했고,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추진중인 코리아모바일인터넷(KMI)에도 주요주주로 참여했다.

올 1월에는 300억원을 동원해 자회사 제이콤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이처럼 무리한 사업확장에는 자금이 필요했다. 씨모텍은 지난해 3월 28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올해 1월에도 연구개발 명목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회사의 자금 조달과 집행과정에서 횡령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사유인 `자금관리의 취약성`도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 자체보다 내부통제절차 취약점을 문제삼은 것은 자금 관리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정을 모르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씨모텍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피해가 불가피해진 주주들은 재빨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증권 게시판을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아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경영권을 인수, 이사진을 재구성해 난국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또 향후 경영권 인수 후에는 손해 배상 등 법적 조치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개별 의결권 행사 외에 소액주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아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당장의 주총에는 법적절차에 따라 가야하는 데 현실적으로 경영권 획득 등의 절차를 갖추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상장폐지를 벗어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씨모텍은 지난 24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오는 4월4일까지 이의 신청이 제기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현재 회사측에서는 거래소에 어떤 자료 제출이나 이의 신청이 없는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의 신청은 대표 이사 유고 여부와는 상관없지만 상장폐지 사유가 감사의견에 대한 것이므로 이를 바로 잡기는 쉽지 않다"며 "이의가 받아들여 지려면 감사의견 적정으로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의신청이 인용된다 하더라도 재감사를 통해 적정을 받을 때까지는 거래가 정지된다"며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감사의견이 거절에서 적정으로 바뀐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