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삼성, 기회다!

by이의철 기자
2008.01.16 13:12:01

위기를 기회로 만들 절호의 기회가 온 셈

[이데일리 이의철 편집국장]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건희 회장의 자택이자 집무실인 승지원도 이미 검찰 수사관들이 다녀갔다.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의 별장에까지 특검의 영장이 집행됐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삼성그룹 70년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니 그 충격의 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략기획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일과 공교롭게도 겹쳤다.

일부에선 삼성 브랜드 가치의 훼손을 염려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는 전세계 20위권(2006년 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00억달러의 글로벌 매출(연결 기준)을 달성해 세계 3대 전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벌써부터 삼성 특검에 대한 이런 저런 우려도 나온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워야 되겠느냐?" "동기가 좋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국충정(憂國衷情)들일 것이다.

그러나 삼성 특검이 이제 막 수사를 시작했는데 김을 새게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삼성특검이 철저히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삼성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더 나아가 삼성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삼성의 기회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삼성은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진 못했지만 그룹을 크게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맞고 있다.

삼성의 브랜드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 삼성이 진정 존경받는 국민기업으로 올라 설 수 있는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멀게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에서부터 가까이는 SK의 분식 회계 사건까지...만일 SK에 그같은 위기가 없었다면, SK는 지금과 같은 투명한기업,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삼성특검은 대한민국에게도 기회다. 삼성의 비자금 의혹, 편법 상속 문제는 일개기업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사회 경제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터진 사건이다. 대한민국으로선 국가의 품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특검의 수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의식수준과 정서를 반영할 것이다.



월가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요인이라는 게 있다. 대한민국의 시장가치가 북핵문제 등 경제외적 요인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삼성에도 디스카운트 요인이 있었다. 삼성은 재벌이란 이유로, 편법 상속 아니냐는 의혹으로 때로는 실체와 다르게 홀대를 받았다. 수천억원을 기부하고, 수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도, 미국에서 국가이미지를 일본 수준으로 높여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삼성의 디스카운트 요인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을 뿐,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삼성전기의 주가에도 삼성증권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에 대한 특검은 그래서 삼성 디스카운트 요인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이 압수수색을 당한 직접적 요인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였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글로벌 기업을 운영하면서 세금은 가급적 내지 않으려고 했던 전근대적 사고방식이었다. 이를 입안하고 기획했던 인물은 그것대로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삼성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서로가 잃는(LOSE-LOSE) 게임이다.

사실 이건희 회장은 시대가 낳은 탁월한 최고경영자(CEO)다. 현재의 그룹 회장들 중 창업 1세대의 성과를 뛰어넘은 거의 유일한 경영인이다. 일본 전자업체가 "우리에겐 왜 이건희 같은 인물이 없냐"고 땅을 쳤다는 경영자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았을 때 삼성그룹의 총 매출은 17조,시가총액은 1조원대였다. 그것도 한솔이나 신세계 등을 다 합친 수치다. 물려받은 부(富)로 따지면 당시의 동아그룹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금 삼성의 시가총액은 2006년 기준으로 140조다. 140배 증가했다. 매출액은 152조로 당시와 비교해 9배 늘어났다. 이건희라는 탁월한 CEO를 만나 삼성이 만들어내고 창조해낸 부가가치다.

삼성이 잊어선 안되는 사실 한가지. 초일류기업의 조건엔 국민의 신뢰와 지지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미국의 GE나 핀란드의 노키아 등 명실상부한 초일류기업들은 대부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민기업이다. 그래서 이번 삼성 특검이야말로 삼성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기업으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사실 이건희 회장이 즐겨쓰는 말이다. 곰곰이 들여다보면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신은 감내할 수 없는 고난을 인간에게 주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 특검은 철저히 수사하자. 삼성도 당당히 수사를 받자. 그러나 삼성도 삼성특검도 지향은 미래여야 한다. 그것이 삼성이 진일보한 글로벌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이며, 삼성 특검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한단계 올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