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곡물창고에 눈독..가격까지 통제?
by권소현 기자
2007.02.26 14:17:37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상품 자체도 좋지만 상품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자산에도 관심을 가져볼까"
곡물가격이 랠리를 보이면서 헤지펀드들이 곡물 뿐만 아니라 곡물창고나 농장 등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자산 취득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최근 패키지 음식 제조업체인 콘아그라 푸즈는 이달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곡물창고 두개를 매각키로 했다. 신문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미니애폴리스의 헤지펀드인 `화이트 박스 어드바이저스`가 창고들을 인수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곡물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잇따라 곡물 창고나 농장, 에탄올 설비 등 곡물과 관련된 자산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기존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 투자에서 벗어나 대안투자를 추구하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특히 지난해 옥수수와 밀 가격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곡물 가격은 랠리를 보이면서 곡물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헤지펀드들이 곡물 유통과 관련된 자산 취득에 나서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나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곡물 선물 가격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콜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래드 콜 사장은 "헤지펀드가 실질적인 농산물을 유통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면 거래에 있어서도 잇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형 농산물 업체나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곡물창고 운영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19세기 후반부터 제너럴 밀스와 같은 기업들은 곡물창고와 관련 시설 등을 매입,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업계에서는 특히 에탄올 설비가 헤지펀드의 타겟이 되기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탄올이 부각되고 있고 대부분의 에탄올 설비가 현지 농부들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형태여서 헤지펀드들이 수백억달러를 들고와 바이아웃하겠다면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