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조망대)`금리인상` 두렵지 않다

by안근모 기자
2004.04.14 11:44:20

[edaily 안근모기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다시 떨고 있다. 그린스펀의 입이 아니라 이제는 지표를 통해 매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주식시장이 금리인상이라는 재료를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경기가 회복국면에서 확장국면으로 본격 진입했다는 점을 중앙은행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주식 투자자들은 경기 사이클 진전에 따른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우려하는대로 미국 연준이 빠른 시일내에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경계는 하되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딱한 사정 미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는 기관이 아니다. 현재 미국 경제, 연준, 그리고 그린스펀의 고민은 `불균형`에 있다. 즉 재정과 무역부문의 쌍둥이 적자를 어떻게 개선시키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이론적으로는 금리인상과 같은 긴축정책이 쌍둥이 적자를 치료하는 좋은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되면서 무역수지의 적자폭은 확대된다. 그린스펀이 무역적자 해결책으로 자국의 소비축소(통화긴축)보다 해외의 소비확대(달러약세)를 강요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역사적 전통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은 미국의 재정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금리정책이 재정의 규율을 세우기에는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폭이 너무 크다. 특히 이라크전황 악화로 인해 미국의 재정지출은 `금리`라는 경제적 통제영역을 벗어나 있다.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는가. 따라서 연준이 이른 시일내에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 국채시장에는 심각한 붕괴위협이 가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린스펀은 이미 미국 국채시장과 이라크전쟁의 포로가 돼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 99년 의회증언에서 "시장에 맞서는 것은 잘 해봐야 불확실성의 위험만을 키울 뿐(Betting against markets is usually precarious at best)"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12개월 실적전망을 토대로 한 미국증시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18.98배로 형성돼 있다. IT버블 이전의 고점수준인 지난 1992년1월의 20.9배에 거의 근접해 있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비교는 금리수준까지 감안해야 한다. 92년 당시 연방기금금리는 4.0%로 지금의 1.0%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즉, 연준이 금리를 300bp 올려야 미국 증시에 실질적이고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연준이 과연 300bp를 올릴 수 있을까. ◇한국의 시장금리는 정부가 정한다 전세계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통화정책은 점차 `민영화`되고 있다. 장기금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토대로 정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하지 않다면 주식 밸류에이션을 약화시킬 장기금리 상승세는 제한된다. 아직까지 미국 채권시장에는 이같은 기대심리가 `강하게` 형성돼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장기금리는 중앙은행도, 시장도 아닌, `정부`가 정한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준이 달러화 가치의 추세적 방향성을 되돌릴만한, 즉 달러화를 강세기조로 전환시킬만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채권시장에서 막대한 공급요인으로 작용했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도 중단될 것이다. 이는 오히려 장기금리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장기금리를 가파르게 끌어 올리는, 지난 2001년말과 같은 교과서적 반응은 큰 오류였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잘 알고 있다. 당시의 채권시장 대응이 만약 옳았다면, 지금 성장잠재력이니, 청년실업이니, 산업공동화니 하는 화두를 틀어쥐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업종별 시장별 포트폴리오에는 유념 다만 제한된 범위라 할 지라도 금리의 상승은 나름대로 주식시장에 의미가 있다. 금리상승은 이론적으로 PER가 높은 성장주에 불리하고 PER가 낮은 가치주에 유리하다.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발 경기주보다는 후발 경기주에 비중을 높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은 경기의 상승추세가 이제 후반부로 향하고 있음을 중앙은행이 공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원증권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PER가 높은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처럼 현재의 수익도 뛰어나고 재무구조 역시 우량한 종목은 금리상승의 충격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