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당장 내려놔!"...경찰 총격에 숨진 흑인 여성 보디캠 공개
by박지혜 기자
2024.07.24 09:58:5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미국에서 한 흑인 여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공개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각) NBC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흑인 여성 소냐 매시(36)가 이달 초 일리노이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백인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상황이 담긴 경찰 보디캠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는 컴컴한 새벽, 집 근처에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손전등을 비추며 집 주변을 수색하는 장면이 보인다.
신고자인 매시는 문 앞에서 경찰에게 “제발 해치지 말라”고 말했고, 경찰은 “우리가 왜 그러겠나. 당신이 신고 했잖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매시는 “집 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경찰은 “집이랑 뒷마당을 확인해 봤다. 앞마당도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분 확인을 위해 집 안으로 들어왔고, 신분증을 찾던 매시는 주방으로 향했다. 냄비에 물이 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양손으로 냄비를 잡은 매시에게 돌연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당신 얼굴에 총을 쏠 거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매시가 “알겠다. 미안하다”며 몸을 숙이자 경찰은 “그 빌어먹을 냄비 당장 내려놔라”라고 재차 말했다.
직후 3발의 총소리가 울렸고, 매시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총격을 가한 션 그레이슨 생거먼 카운티 부보안관은 1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매시가 끓는 물을 뿌리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매시가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매시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건 내 딸을 위한 정의”라며 “경찰이 엉뚱한 흑인 여성을 죽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흑인들이 안전을 지키려다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며 애도 성명을 냈다.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면서 2020년 경찰 폭력으로 숨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인종 차별과 과잉 진압 논란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에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