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내년 실질금리, 올해보다 높아…의도된 과잉 긴축?

by최정희 기자
2023.09.21 10:05:30

DB금융투자 보고서
올해 실질금리 1.9%로 상향, 내년엔 2.5%
"긴축 수위 높아져 내년 금리 인하폭, 연준 예상보다 클 듯"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일(현지시간) 9월 FOMC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DB금융투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를 50bp 인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본 금리 점도표와 관련 실제로는 금리 인하폭이 이보다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연준이 제시한 내년 명목기준금리 인하폭이 인플레이션 둔화 폭보다 작아 실질 기준금리가 오히려 인상된다. 연준 경제전망(SEP)에 제시한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기반한 올해 실질FF금리(근원 PCE 물가 기준)는 1.9%로 6월 전망(1.7%)보다 높아졌다. 그런데 내년 실질FF금리는 올해보다 높은 2.5%로 조사됐다. 6월 전망 2.0%보다 무려 50bp 높은 것이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이 추정하는 명목(실질) 중립금리 추정값이 업데이트된 9월 점도표상 2.5%(0.5%)로 유지됐음에도 실질FF금리 경로가 크게 높아졌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과도한 긴축 위험에 대해 언급했지만 연준은 과소 긴축으로 인플레이션 불씨를 남기기 보다 차라리 과잉 긴축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보면 내년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게 DB금융투자의 평가다. 박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는데 실질 긴축 수위가 올해보다 높아지는 경로를 감안할 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 위기 이후 대규모 저축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계와 기업이 고강도 긴축을 견뎌냈지만 내년부터는 임금 소득 증가율 둔화, 불리한 대출 환경으로 소비지출 모멘텀이 올해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 상환, 높은 유가, 긴축적인 대출 여건에 소득 기반이 덜 견고한 젊은 세대들의 지출 여력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도 여전히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저신용 기업을 중심으로 리파이낸싱 시기가 도래한다”며 “내년부터는 높아진 이자 비용을 체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올해보다 더 높은 실질 긴축을 감내하며 내년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진다는 의견이다.

박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연준은 과잉 긴축 의지를 보였고 그럼에도 경제는 잘 버텨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다소 낙관적”이라며 “내년을 비롯해 향후 명목 정책금리 인하폭은 연준이 제시한 것보다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