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계열사 매각 나선 제약·바이오기업들, 왜?
by신민준 기자
2023.02.08 10:00:20
휴온스, 휴엠앤씨 자회사 블러썸 픽쳐스·스토르 매각…주력 사업 매진
보령, 보령바이오파마 매각…IPO와 투트랙 전략통해 기업가치 제고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휴온스와 보령그룹 등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시너지가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 주력 사업에 매진하거나 기업공개(IPO)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통해 현금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휴온스 그룹과 보령그룹 CI. (이미지=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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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휴온스(243070)그룹의 계열사 휴엠앤씨는 자회사 블러썸픽쳐스와 블러썸스토르를 매각한다. 이를 위해 휴엠앤씨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블러썸픽쳐스와 블러썸스토리 지분 100%를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블러썸스토리는 모범형사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기업이다. 블러썸픽쳐스는 암수살인 등을 제작한 영화투자와 제작 기업이다. 휴엠앤씨는 미디어컨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두 기업의 매각을 통해 주력사업인 헬스케어 종합 부자재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휴엠앤씨는 지난 7월 1일 휴베나를 흡수합병하며 헬스케어 종합 부자재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휴엠앤씨는 기존의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자재 사업에 휴베나의 의약품 부자재 사업을 더해 사업 영역과 타깃 시장을 확대하면서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휴엠앤씨가 헬스케어 종합 부자재 사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부자재 기업 63개사의 2021년 경영실적을 집계·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액은 3조5000억원 규모였다. 통계청의 바이오 헬스산업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국내 의료용품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화장품 용기시장은 2020년 494억달러에서 2025년 609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화장품 용기시장은 연평균 4.03% 성장하는 셈이다.
휴엠앤씨는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유지 결정을 받아 거래가 재개됐다. 휴엠앤씨의 지난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6억원, 1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 273%, 5,876% 증가했다.
김준철 휴엠앤씨 대표는 “이번 자회사 매각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데 있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부자재 관련 기업 인수합병이나 연구개발 강화를 위한 투자 등 주력사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활동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엠앤씨의 모그룹인 휴온스그룹은 휴엠앤씨 뿐만 아니라 그룹 계열사들의 주력 사업 집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휴온스그룹은 지난해 1월 휴온스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을 합병해 휴온스푸디언스를, 다음 달인 지난해 2월 휴온스메디케어와 휴온스메디컬을 합병해 휴온스메디텍을 출범했다.
그 결과 휴온스푸디언스는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인·홍삼부터 2위로 부상한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등)과 비타민 등 고시형·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 연구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밸류체인(공급망)을 완성했다. 휴온스메디텍은 ‘소독·멸균-에스테틱-치료’까지 아우르면서 국내 공간 멸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휴온스 계열사의 합병 전략은 실적 개선이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휴온스푸디언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221억원) 대비 약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8억원으로 전년 7200만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휴온스메디텍의 당기손이익도 59억원으로 전년(47억원)대비 25% 늘었다.
보령그룹은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보령의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이날까지 잠재 원매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거래 대상은 보령파트너스와 그룹 오너 일가, 투자자들이 보유한 보령바이오파마 지분 100%다. 보령의 희망 매각 가격은 6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보령바이오파마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보령그룹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승계 자금 마련이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 주주는 보령파트너스(지분 69.3%)인데 보령파트너스 지분을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가 보령을 지배하려면 지주사격인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 상속세를 비롯한 자금 여력이 필요하다.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2021년 기준)는 김은선 회장과 특수관계인(97.6%)이다. 김은선 회장은 김 대표의 모친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보령바이오파마의 IPO여건이 녹록지 않자 매각을 동시에 추진해 보령바이오파마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의 대표를 맡으며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는 만큼 승계 작업은 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됐으며 보령그룹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국내 최초로 경구용 장티푸스 백신도 개발하는 등 시장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충북 진천 공장에서 수액제와 일본뇌염·인플루엔자·간염·장티푸스 백신 등을 생산한다. 보령바이오파마의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은 1391억원, 영업이익은 1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 75%가량 증가한 수치다.
보령그룹 관계자는 “보령바이오파마의 매각은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IPO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