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혜신 기자
2011.07.28 13:10:49
S&P 등 채무한도 상향에도 등급강등 전망
국제적 신뢰 하락 등 위상 추락 우려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전세계를 침체에 빠뜨렸던 금융위기의 시발이 된데 이어 이번엔 국가부도(디폴트) 우려까지. 경제대국 미국의 체면이 제대로 구겨지고 있다. 채무한도 상향 시한인 8월2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협상 상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갈려 탁상공론만 지속하고 있으니 `미국이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이 와중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임시방편적인 채무한도 상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이 박탈될 때 일어날 여파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은 최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막심한 손실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오랜기간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었던 중국의 거센 비난과 항의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환율관련 팽팽한 `기싸움`을 진행했던 미국 입장에서는 망신살 뻗치는 일이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 바닥모를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미 금융위기와 달러화 약세 등으로 기축통화 변경 논란 등에 시달렸던 미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정치적으로 극렬한 상황까지 대립, 밑바닥까지 떨어진 민주당과 공화당간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문제다. 이번 채무한도 상향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논의를 중단시키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또한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임시적인 채무한도 상향이 이뤄진다해도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 등 계획안을 다시 마련하는데 있어 또 다시 여야간의 극렬한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티파티가 이번 채무한도 상향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아예 티파티를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미국 내 정치적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의원실로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미국 내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시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를 포함한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으며, 안전자산인 금 등의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디폴트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격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순 익스포저(위험노출)는 약 49억달러로 이미 그리스의 46억달러를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궁극적으로 불안정한 정부의 재정정책과 정치적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지금 미국이 처한 진정한 문제는 신평사의 등급강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