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원 자살 왜?..타임오프와 관계있나

by김현아 기자
2011.06.10 12:47:54

박 씨는 노동안전위원, 타임오프 대상은 아냐
현대차 타임오프 공백상태..단협·사용자 동의 없어
타임오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커질 듯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9일(어제) 오전 충남 아산시 현대차(005380) 아산공장 화장실에서 박 모(48)씨가 자살한 것을 계기로,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이경훈 지회장은 박 씨 죽음이 타임오프를 악용한 노동운동 탄압사례라며, 어제 오후 2시 30분 아산공장 생산라인가동 중지를 명령한 상황이다.

박 씨가 유서에서 노동안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상적인 활동 조차 근무이탈로 평가받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모씨 사망 자체만 보면, 타임오프와 관련이 없다. 그는 법상 근로시간 면제 대상인 노조 전임자가 아니기 때문. 박 씨는 지난 4월 현대차가 노조측이 타임오프 대상인 노조 전임자를 지정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전임자 233명 전원에게 무급휴직 조치를 했을 때도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단협을 앞둔 현대차 내부의 상황과 야당 의원 81명이 발의한 타임오프 삭제 '노조법 개정안' 찬반 논란과 더불어 타임오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자살한 박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안전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현대차 노조 장규호 대변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안전실행위원을 둘 수 있게 돼 있는데 박씨는 이 기구의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면서 "노조 전임자가 아니어서 지난 4월 1일 회사측이 233명 노조 전임자 전원에게 무급휴직을 발령했을 때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근로자들이 사고 등을 당했을 때 이를 상담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 유서에서 그는 일상적인 노동안전위원으로서의 역할도 회사측에서 근무이탈로 처리해 왔다고 밝혔다. 장규호 대변인은 " 박씨 활동에 대해 근무이탈로 간주해 수당에서 제했다가 박씨의 항의로 회사측이 원취시켰다"고 말했다.


박씨는 노조법상 타임오프 대상은 아니나, 박씨 유서로 인해 현대차가 타임오프 사업장이 된 후 박씨의 노조 활동에 제약이 커진 것은 아닌 가 하는 논란은 있다.

작년부터 시행된 노조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회사는 노조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전임자)에게는 급여를 줘선 안된다. 다만,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면 일정 수의 노조전임자에게는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해 임금을 줄 수 있게 돼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 초 지난 해 체결한 단협이 끝나면서, 새롭게 타임오프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사업장이 된 것. 
 
노동부 김성호 노사관계법제 과장은 "현대차의 경우 단협이 새롭게 체결된 것도 사용자 동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타임오프 공백상태라고 할 수 있다"면서 "타임오프가 없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별법에 의한 조치는 가능한데, (박씨 사건의 경우) 아마도 노사가 예전에 정한 룰에 대한 갈등이 실무적으로 발생한 것 아닐까"라고 예상했다.

그는 "박씨 죽음은 안타깝다"면서도 "현대차가 노조전임자에 대해 월급을 주지않는 것은 합법이나 법에 규정된 타임오프 한도(현대차의 경우 24명 전임자) 이상 월급을 주면  부당노동행위로 현대차가 처벌받을 수 있다. 노조역시 타임오프 법규정 이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하면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씨 사건은 타임오프 관련 노사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은 "박씨는 타임오프 대상은 아니나 노조 전임자 수를 노사 자율이 아닌 법으로 정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타임오프 제도 시행의 피해자"라면서 "타임오프를 빌미로 노동현장을 탄압하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박 씨는 월급 가압류 등 여러가지 개인적인 고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타임오프의 취지는 노조활동은 조합비를 활용해 자주성을 갖추자는 것이며, 박씨 죽음은 타임오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