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중동건설]"해외 수주전략 다시 짠다"

by이진철 기자
2011.02.23 11:04:4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정불안은 공사발주 취소와 연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중동시장에 의존해온 건설사 입장에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건설사는 올해 해외수주 비중을 전체수주액의 50% 안팎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최근 몇년간의 수주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시위 사태가 오래갈 경우 전면적인 궤도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위기의 중동건설시장을 점검한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으로 올해 수주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수주 다변화를 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진출 확대 계획을 세웠던 대형건설사들은 각국의 민주화 시위가 공사 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면서 현지 동향 파악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될 경우 예정됐던 공사발주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정치적 불안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주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중동지역 민주화 시위가 높은 실업률 등 경제적인 요인도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이 이뤄지면 그만큼 수주물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047040)은 올해 해외부문 매출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해외수주 목표를 53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주력시장 중의 한곳인 리비아가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 등으로 정국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알제리 등 인근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민주화 시위가 확대될 양상에 대해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특히 리비아에서 지난달 2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스와니병원 공사수주에 이어 후속공사 수주를 기대했지만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향후 수주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수주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비아의 경우 정치적 상황변화 가능성에도 불구 34년간 공사를 수행해 왔다는 오랜 경험과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 우호적인 현지 이미지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건설(000720)도 "리비아를 비롯한 인접 국가들이 중동지역 전체에서 차지하는 수주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최근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는 국가의 수주물량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올해 해외수주 목표달성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건설업체들은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인접국가로 확산할 경우 공사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중동과 북아프리가 지역에 대해 구체적인 진출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지만 시장분석과 입찰조사를 해오던 곳들인 만큼 향후 정세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GS건설(006360)은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카타르 등 중동지역의 주요 수주 거점 국가들이 서방국가들과 친하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GS건설은 이집트의 경우 정국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카이로지사의 수주영업을 재개했다. GS건설은 현재 이집트 카이로 인근에 정유 플랜트 건설을 위해 기본 설계작업에 착수하는 등 사업준비를 진행중이다.

대림산업(000210)도 주요 사업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안정돼 있는 상태여서 올해 해외수주 목표달성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그러나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수주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수주 다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해외수주 전략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독립국가연합(CIS)지역과 신흥경제국(BRICs) 등 신흥시장 진출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동지역 수주 일변도를 해소하기 위해 태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진출국가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올해 해외수주 다변화를 위해 중동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남미 지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