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종시 부동산 외지인 입질 시작됐다
by박성호 기자
2009.12.04 13:55:32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한 지난 3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낮 시간이었지만 거리에서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나운 바람에 휘날리는 `결사투쟁`의 울긋불긋한 깃발만이 나부껴 동네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세종시 수정 논란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기회를 엿보는 수요자들로 인해 조금씩 움직이는 상황이다.
변화의 모습은 아파트 전세시장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로부터 약 12㎞,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충남 연기군 조치원의 109㎡형 새 아파트 전셋값은 현재 7000만선을 보이고 있다.
1년여 전만해도 5000만원 가량이었던 전셋값은 대전 사람들이 옮겨오면서 가격이 올랐다. 대전 유성구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 수준이어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세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사업 전망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한달여 전에는 신영동의 한 아파트 30~40채를 한꺼번에 사서 세를 놓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문의도 있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GS자이공인 관계자는 "신영동 GS자이의 경우 전세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전세 수요가 풍부하다"며 "때문에 외지인들이 투자목적으로 집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GS건설의 조치원 자이 109㎡형 시세는 1억7000만원선, 이보다 1년 먼저 입주한 푸르지오 109㎡형은 1억6500만원 가량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45%가량으로 매입 부담이 적은 편이다.
푸르지오 공인관계자는 "전에 아파트값이 2억원이 넘었던 경우도 있었던 만큼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며 "시세차익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전세수요가 많아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에서 10㎞정도 떨어져 수혜가 예상되는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 인근 아파트값도 저평가 돼 있다.
행정도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유성구의 경우 노은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700만~900만원 정도지만 신탄진 아파트는 300만~400만원 대다. 대규모 단지가 없고 단독주택 밀집지역이라 수요자들의 관심이 덜한 탓이다.
하지만 전세수요는 많아 대우아파트 82㎡형의 경우 매매가가 7200만원인데 비해 전셋값은 5500만~6000만원 가량으로 전셋값 비율이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 지역 최고층 아파트인 풍림산업(001310)의 금강 엑슬루타워 등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늘고 대전지하철 건설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세종시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나든 간에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형성돼 매수문의 전화와 방문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 신탄진 인근에서 분양하고 있는 풍림산업의 `금강 엑슬루타워` 공사현장. 금강엑슬루타워는 금강변에 위치해 있는 50층의 대전지역 최고층 아파트로 지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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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인근 토지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한때 3.3㎡당 40만원가량 했던 연기군 와촌리의 땅값은 현재 25만원선까지 떨어져 있다. 연기군과 맞닿아 있는 충북 청원군의 농지값도 현재 3.3㎡당 20만원 선이다.
하지만 세종시 개발이 수정되거나 `원안+α`형식으로 개발될 경우 개발 면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당장 수요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세종시가 어떻게 수정될 지를 조금 더 지켜보면서 시장 진입의 타이밍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신탄진 인근의 효진 공인관계자는 "MB정부 출범 이후 관심이 없어졌지만 최근 세종시 수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세종시 수정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어 곧바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