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F대출 `정보` 사각지대

by강종구 기자
2006.05.25 13:21:18

한은 "PF대출 급증..공식 통계는 못내고 있어"
은행회계는 물론 건설사 공시도 제대로 안돼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부동산개발을 위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를 집계하는 곳이 전혀 없어 정보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PF대출을 받은 시행사가 사업 인허가를 따내지 못하는 등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급보증 등을 한 시공사가 부채를 떠안는 등 일부 위험 징후도 나타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는 형편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과 집값 하락 우려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둔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건설업체나 부동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예금은행의 대출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건설업 대출은 올들어 3조원이 증가해 지난해 전체 증가액 2조7000억~2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택지개발을 위한 토지매입용으로 받은 시행사 등의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 이중 대부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방식으로 조달된 것이다.

또 서비스업 대출은 1분기중 4조3000억원이 증가해 전분기 6조3000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서비스업중에서 부동산업만은 예외다. 김경학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부동산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공공부문에 대한 교육시설용 자금관련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PF대출은 지난해부터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순까지 이루어진 대출규모가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에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뜨거운 PF대출 열기와는 달리 건설업 경기는 올해 1분기에도 부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건설수주액은 전년동기대비 9.7% 감소했다. 공공부문이 11.3%나 급감했고 민간부문도 6.0% 줄었다.



PF관련 대출이 건설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방법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공식 통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김 차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개별 규모가 워낙 커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물어본 결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대부분 은행들이 다 집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출 동향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몇 개 은행을 중심으로 조사를 했고 공식적인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PF대출은 은행이나 건설사 회계처리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시행사가 은행에서 차입을 하지만, 은행입장에서는 토지 등의 담보가치와 시공사의 신용보강(채무인수, 지급보증 등)을 믿고 대출을 집행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시공사중에 이와 관련된 우발채무를 공시하는 곳은 많지 않다.

김 차장은 "시중은행의 회계에서도 별도의 계정으로 분류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들의 기록 역시 대출 건별로 메모를 해 두는 수준"이라며 "대출동향 조사표에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파악을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PF대출이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통계집계나 감독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설사들의 PF관련 우발채무가 전체 장부상 부채총액을 크게 상회할 정도로 과도하게 확대되는데다, 부동산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져 우발채무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인허가를 받기도 전에 대출이 집행된 경우도 적지 않고, 분양대금을 받기 전에 채무의 만기가 돌아와 계속해서 재대출을 받아야 하는 만기불일치의 문제도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저축은행등은 PF관련 대출에 대해 연율 10%를 훌쩍 넘는 고금리를 적용해 그 위험의 정도를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택지개발을 위해 대출을 받아 토지매입까지 해 놓고도 사업인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미분양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터지는 사고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3일 PF대출을 받은 시행사가 사업인허가를 따내지 못했다며, 삼부토건이 276억원의 채무를 대신 상환하고 토지를 취득하게 됐다는 공시를 냈다. 삼부토건 외에도 이미 6~7건의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