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종성 기자
2012.05.23 12:03:47
"SM, 기획 상품 `보아` 통해 일본 시장 문 열어"
"절박함이 K팝 성공 이끈 힘..도전 통해 新시장 창출"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보아는 어떻게 일본에서 성공했을까?''
삼성그룹 사장단이 이번에는 한류(韓流) 열풍을 몰고 온 `K팝의 성공 비결`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특히 삼성이 일본 내수시장을 본격 공략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진행된 K팝 강연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삼성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리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강헌 음악평론가를 강연자로 초청, `K팝의 성공비결과 과제`에 대해 청취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 강 평론가가 SM엔터테인먼트(SM)의 사례를 들어, SM이 성공적으로 일본시장을 뚫은 과정을 설명한 것이 이채롭다.
강 평론가는 "SM이 일본 진출을 타진한 건 음원 불법 다운로드로 국내 음반시장이 완전히 붕괴된 1990년대 후반"이라면서 "이수만 SM대표는 살아남기 위해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가수 보아는 SM이 일본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키운 `기획상품`이다. SM은 보아에게 네이티브 수준의 일본어와 영어를 가르친 뒤, 일본 최대의 엔터테이먼트 회사에 소개시켜줬다. 당시 SM이 일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요청한 것은 단지 `키워 달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강 평론가는 "보아는 이후 금새 일본 TV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데뷔하는 등 일본어를 하는 보아를 일본 사람들은 자국민처럼 받아들였다"며 "보아를 통해 일본 대중가요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렇게 보아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동방신기 등의 한국인 뮤지션들이 쉽게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게 된 건 이 같은 SM의 전략적인 접근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 평론가의 강연은 삼성이 일본 내수시장을 집중 공략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삼성은 통합법인으로 운영됐던 일본삼성을 해체하고, 이달부터 각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일본 현지의 유통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또 일본의 HDD용 모터업체인 알파나테크놀로지도 인수했다.
삼성에서는 일본 진출과 관련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을 두고 ''철옹성'' 일본 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현지 전자업체들의 계속된 사업 부진으로 감산과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자, 삼성 입장에서도 이제 일본에서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