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바꿨더니 순자산 8兆 늘긴했는데…

by이학선 기자
2011.07.27 12:00:00

금감원, 은행지주사 IFRS 도입영향 분석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회계기준 변경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동안 부채로 분류되던 항목이 자본으로 잡히면서 순자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27일 은행지주회사 7개를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재무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말 IFRS 기준 연결순자산은 110조900억원으로 과거 회계기준에 비해 8조4000억원(8.1%) 증가했다. 연결당기순이익도 7조4000억원으로 과거 회계기준을 적용했을 때에 비해 4500억원(6.5%) 늘었다.

금감원은 종전의 기업회계기준(K-GAAP)에선 부채로 잡히던 항목이 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자본으로 분류되고 여기에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감소, 유형자산 재평가 등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은행지주회사별 주요 순자산 변동효과 (2010년말 기준, 단위:조원,%)

세부적으로 보면 신종자본증권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되면서 은행지주사들은 순자산이 6조4000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대손충당금도 종전엔 감독규정상 규정된 최저적립률에 따라 쌓던 것을 '객관적 손상이 발생'한 경우 등에 한해 쌓도록 바뀌면서 순자산이 2조9000억원 증가했다. 땅이나 건물 등 유형자산 재평가로 발생한 순자산 증가액도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주회사별로는 산은지주가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종속회사가 연결대상에 빠지면서 순자산이 2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우리금융(053000), 신한금융(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나머지 지주회사들은 연결순자산이 모두 늘었다. 특히 우리, 신한, SC지주의 경우 신종자본증권의 자본분류 등에 따라 순자산증가율이 두드러지게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연결 BIS자기자본비율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BIS기준에선 신종자본증권이 이미 자본으로 인정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IFRS가 적용된 지난 3월말 은행지주회사의 BIS비율은 13.48%로 과거 회계기준이 적용된 지난해말 BIS비율(13.52%)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순자산과 당기순이익 증가로 인해 배당압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금감원은 "충당금 이외에 대손준비금을 적립토록 하고 있고, 유형자산 재평가이익도 배당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말 은행지주회사의 대손준비금 적립액은 5조6000억원이다. 이 돈은 대손충당금과 달리 현재 발생한 손실이 아닌 미래 예상손실을 반영해 쌓는 예비금이라 배당에서 제외된다. 자산 재평가 이익도 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배당을 제한하기로 결의하면서 외부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태다. ☞관련기사: 은행, 자산재평가 이익 배당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