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성재 기자
2010.02.19 14:32:19
경쟁업체 `10원 전쟁`서 물러나
이마트, 가격인하 정책 유지 `판정승`..제조업체와 갈등은 `흠`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경쟁사보다 10원 더 싸게"를 외치며 치킨게임을 벌여왔던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출혈경쟁을 피하며 각자 갈 길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14개품목의 3차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즉각 대응으로 맞서온 경쟁업체들이 한발 물러섰다.
롯데마트는 대응을 자제하고 매주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또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을 엄선해 독자적으로 가격 인하를 하겠다는 `상시체제`로 선회했다. 그동안 마트들은 경쟁사와 같은 제품에 대해 10원 더 싸게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맞대결을 벌여왔다.
업계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대형마트들이 원가 이하의 출혈 경쟁은 피하고 실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존심을 내세워 `치킨게임`을 해봐야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
이마트가 지난달 7일 1차 가격 인하품목을 내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 `가격`인데, 이마트가 공개적으로 가격경쟁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가격으로 맞대응 하는 한편 "유통업계 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도 이마트는 2·3차 가격 인하 품목을 내놨다.
이마트가 이같이 가격인하를 이어갈 수 있었던데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있었다.
이마트는 가격 할인 정책을 준비하면서 행사전단을 없애고 비용절감, 인건비 절감, 대량구매로 타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구축해 왔다. 또한 이마트 영업이익률이 18%로 타 경쟁사보다 4~5%P 높아 버티기를 위한 체력이 강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결국 이마트의 3차 가격 인하 발표가 나오면서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마트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앞으로도 1~2주 단위로 가격 인하 품목을 선정, 판매가격과 인하율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가격 인하 정책을 실행하기 전 미국 월마트와 K마트에 대한 연구를 심도있게 했다"며 "이들 업체는 일관되게 가격인하 정책을 펴며 주도권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경쟁업체에는 판정승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마트도 상처는 있다.
이마트가 1·2차 인하 품목 22개중 수급에 차질을 빚은 삼겹살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환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삼겹살은 100g당 980원에서 1180원으로 다시 올렸고, 해태고향만두와 CJ라이온 비트는 판매를 중단했다. 또 오리온 초코파이와 서울우유 등은 제조업체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판매가를 인상했다.
한달여만에 이같은 조치를 한데는 제조업체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수 없는 대리점과 동네 소매점 반발이 잇따르자 대형마트에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맞서 왔다. 대형마트간 경쟁이 고통분담 형태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
제조업체들은 "업계1위인 이마트가 하면 따라 올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A제조업체 사장은 19일 "이마트가 제조업체와 사전 협의를 통해 가격 인하 품목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사실 발표 직후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업계 1위란 파워만 앞세워 일을 진행한다면 원활한 가격인하 정책은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는 이마트의 가격인하가 계속될 경우 편의점, 동네수퍼들의 반발이 있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