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9년 만에 세대교체…"리딩그룹 2막 이끌 후임자 누구"

by유은실 기자
2023.08.06 17:44:56

윤종규 회장 "연임 도전 안한다" 공식화
후계 프로그램 경험한 부회장 3인방 "유력" 평가
이달 8일 숏리스트 결정…외부 인사 포함 가능성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도전을 위한 레이스를 멈추겠다고 선언하면서 윤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그룹을 이끌 후임자에 관심이 쏠린다. 윤 회장의 이번 용퇴 결정에 따라, 오는 8일 결정될 1차 숏리스트 명단엔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내부 인사들뿐 아니라 외부 인사를 포함한 의외의 인물이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주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회추위에 전달했다. KB금융지주는 “윤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회추위에 전했다”고 이날 밝혔다.

9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는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을 ‘리딩 금융그룹’의 반열에 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취임한 뒤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해 현재 세 번째 임기 중이다. 올해 11월 20일 다시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적극적 인수·합병(M&A)에 공을 들이며 리딩 금융그룹의 입지를 다졌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의 M&A를 주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2017년에는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3조원에 이르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리딩그룹의 위상을 갖춘 것은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라며 “금융권에선 윤 회장에게 바통을 이어 받아 리딩그룹 2막을 이끌 후보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여정을 본격화한 뒤 숏리스트 후보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로는 ‘부회장 3인방’이 꼽힌다. 윤 회장에 이어 KB금융그룹의 리딩그룹 2막을 이끌 적임자로 KB금융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적합하지 않겠다는 의견이다. 자체 후계 프로그램을 이전부터 가동해 왔기 때문에 ‘부회장’의 자리가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후배인 허인 부회장은 정부와 접점이 넓고 그룹 내 ‘큰 형님’인 은행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허 부회장은 2017년 처음 KB국민은행장 자리에 오른 뒤 4년간 은행을 이끌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재무통’인 양종희 부회장은 윤 회장과의 오랜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을 이끌었고, KB손해보험 사장 등 비은행 부문에서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내 ‘전략통’으로 통하는 이동철 부회장 역시 은행뿐 아니라 보험·카드를 모두 경험한 비은행 부문 전문가다. 현재는 미래 핵심 사업인 디지털과 IT부문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자본시장과 기업투자금융(CIB)을 이끌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대표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원활한 대외 관계로 쌓아올린 두터운 인망도 장점으로 꼽힌다.

KB금융 회장 후보 선정 절차가 까다로워진 데다 금융당국과의 스킨십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외부 인사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마친 NH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모두 외부 인사를 택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 계열사 직원은 “‘내부에선 서울대의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허인·양종희 부회장뿐 아니라 박정림 총괄 부문장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며 “여기에 외부인사들도 면면히 강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각축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추위는 오는 8일 19명을 대상으로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달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2차 숏리스트 3명을 추린다.

내달 8일엔 이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한다. 투표를 통해 정해진 최종 후보자 1인은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절차를 거쳐 11월 20일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