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주목하라…급등세 탄 국제유가 향방 '분수령'(종합)
by김정남 기자
2017.11.26 19:26:37
국제유가, OPEC 감산합의 기대에 최근 반등세
원유수요 증가에 달러화 약세도 유가 상승 견인
빈 회동서 합의 난항 겪으면…유가 하락 압력↑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를 목전에 두고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다.
이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산유국간 감산 합의가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경기 호조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와중에 공급을 줄이면 가격은 상승 유인이 커진다.
다만 감산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럴 경우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OPEC은 오는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국제석유시장은 감산 기간을 9개월, 다시 말해 내년 3월에서 내년 말로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산 물량을 기존보다 더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유가도 완연하게 반등하고 있다.
지난 2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은 전거래일 대비 0.80% 상승한 배럴당 61.62달러에 거래됐다. 3거래일째 상승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거의 2년반 만에 최고치다.
두바이유는 이번달 들어 60달러 초반대까지 급등했다가 다소 주춤했으나, 감산 기대에 다시 위쪽을 향하고 있다.
같은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60% 급등한 58.95달러를 나타냈다. 2거래일째 올랐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63.86달러에 마감했다. 4거래일째 상승세다.
삼성선물 측은 “30일 빈 회동에서 감산 합의 기한이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미리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가 급등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힘도 크다. 수요가 받쳐주는 오름세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지난달 미국 산업생산은 전기 대비 0.9% 증가(미국 연방준비제도)했다. 9월(0.4%)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착공호수는 129만호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치였다.
유럽과 일본의 경제지표도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 약세인 것도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달러화와 유가는 역(逆)의 관계다. 원유 거래는 달러화로 이뤄지는데, 산유국 입장에서 달러화 약세는 자국통화로 표시되는 원유 수출 수익이 감소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유가 인상 압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수입국 입장에서도 달러화 약세는 수입유가 하락을 야기하고, 이는 곧 원유 수요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게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들은 감산 기한은 연장하려 하지만, 러시아의 반발이 큰 탓이다.
러시아는 원유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량을 줄이면 자국 이익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권 한 인사는 “산유국들과 러시아가 원만하게 합의하기에는 이해관계가 첨예해 보인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러시아의 주장대로 감산 기한을 내년 9월까지만 연장할 경우 유가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초 내년 말 연장 기대보다 축소된 9월로 확정될 경우 유가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쪽 변수도 있다.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미국이 셰일오일을 증산하면 유가 상승 폭은 둔화할 수 있다.
국내 정책당국도 빈 회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특히 우리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가격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