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해제]한류 붐 타고 車·가전·중화학 수출 기대감↑

by성문재 기자
2016.01.17 14:55:25

경제제재 타격 컸던 車업종..수출확대 총력
이란 내 삼성·LG 가전제품 인기..수요증가 기대
건설·조선 발주 늘면 철강 수혜..정유사 수입 확대
시장 경쟁 치열할 듯..저유가로 수요 위축 우려도

마산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쉐보레 스파크.
[이데일리 장종원 성문재 김형욱 기자] 이란이 국제 경제·금융제재에서 벗어남으로써 국내 산업계는 수출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전자업종은 경제 제재 이후 줄어든 대(對)이란 수출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정유업계의 경우 이란 원유 수출 확대에 따른 원재료 비용 감소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며 조선·철강업종은 수요 증가를 점치고 있다.

반면 저유가 기조가 심화하면서 오히려 수요 침체나 제품가격 하락 등 부정적인 요인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이란 경제제제 해제로 수출 물량이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이란 경제제제 이전인 2011년도 이란 완성차 수출은 현대차(005380) 6726대, 기아차(000270) 5185대, 쌍용차(003620) 1239대 등 1만3251대에 달했지만 이후 3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2년 589대, 2013년 1470대, 2014년 1737대였고 그나마도 쌍용차 1개 회사에 불과했다.

이란의 국제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는 이란 수출을 재개했고 총 수출물량은 1만1701대로 뛰었다. 완성차 수출 액수도 2014년 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1월 3억1000만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4월 연례 행사인 전 세계 대리점 대회를 처음으로 두바이에서 여는 등 등 중동 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중동 수출 물량은 32만7951대로 전체 국외 판매의 7.7%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이 극심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수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국내 중소 중고차 회사와 부품사의 수출 확대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다음으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만큼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소비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TV 등 가전제품은 이미 이란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대이란 수출액 증가가 예상된다. 이란의 경우 외부 여가활동이 제한적이다 보니 TV 시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의 LCD, LED TV 수요 증가를 전망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몇해 전 이란 현지 방영된 국내 드라마 ‘주몽’이 85%의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가 소비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 조선, 에너지 분야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그동안 중단했던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과정에 필요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이란 수출 1위 품목은 철강판으로 3억9000만달러(1~11월)에 달했다. 경제 제재 속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수준이다. 향후 이란이 원유 시추 및 정제 설비를 현대화하고 각종 공장과 주택을 건설하기 시작하면 철강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발주 감소로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조선업계도 이란발(發) 조선 프로젝트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정유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늘림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원유는 금액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8000만명의 내수시장을 갖춘 이란은 풍부한 천연자원과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제1의 중동 수출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 시장 선점을 둘러싸고 주요국들과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시장은 전통적으로 유럽 브랜드에 충성도가 매우 높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경제제재 장기화로 중국산이나 터키산 등 저가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의 경제 제재 해제가 저유가 상황을 부추겨 일부 산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 풀릴 경우 배럴당 20달러는 물론 10달러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산유국들의 체력이 바닥나 결과적으로 자동차나 전자, 철강, 조선 등 산업 전반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욱 KOTRA 테헤란 무역관장은 “성공적인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제재 해제 후 개정되는 현지 법규·제도 내용 및 절차,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진출 경쟁이 심해지기 전에 경쟁기업 동향을 파악하고 시장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는 등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