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14.12.21 16:23:40
월세 거래 비중 41.3%..사상 첫 40%대 돌파
주거비 부담…'전세< 월세'.. 약 두배 차
일부 지역과 단지에선 월셋값 상승세
[이데일리 이승현·김성훈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를 월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43)씨. 그는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원래 보증금 3억6000만원에 순수 전세로 살던 이씨는 전세 재계약을 앞둔 지난 5월, 집주인이 보증금을 2억원으로 낮추고 매달 70만원씩의 임대료를 내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전환했다. 가뜩이나 초등학생 두 아이에게 들어가는 양육비가 만만치 않은데, 월세까지 부담하려니 그야말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월세로 갈아타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거래된 임대주택 중 월세 비중은 41.3%로, 사상 처음 40%대를 돌파했다. 순수 월세까지 포함하면 실제 비중은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월세 공급량이 늘면서 월 임대료는 조금 내렸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주거 비용이 더 늘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실정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이씨의 경우 전세금에서 돌려받게 되는 1억6000만원을 은행 정기적금으로 넣으면 400만원 정도(연 2.5% 적용)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월 이자로 환산하면 33만원으로, 이씨가 매달 내야 하는 월세(7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민의 주거 실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평균 13.6%에서 32.4%로 2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비용이 느는 만큼 다른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씨도 월세로 돌리고 난 후 생활비와 외식비 등을 줄여야 했다.
월셋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단 월세 공급량이 늘면서 월셋값도 하락 추세이긴 하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는 월 임대료가 연 1.1% 내린 데 이어 올해도 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올해 월세가격이 2.2% 빠져 지방(-0.6%)보다 하락 폭이 컸다.
월셋값이 내린 곳은 전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고가주택 밀집 지역 또는 원룸 공급량이 많은 대학가 인근 등이다. 서울에선 서울 송파구 잠실 인근 아파트 월세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잠실동 최원호 대성리센츠공인 사장은 “잠실 리센츠·트리지움·엘스 아파트 기준으로 전용 84㎡짜리 월세 물건이 1년 전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 210만원에 나왔는데 지금은 20만원 정도 빠진 190만원 선”이라며 “이 지역은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월세는 떨어지고, 전세는 오히려 1년 새 6000만~8000만원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셋값 상승에 떠밀린 월세 수요자가 늘면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다시 월세값이 오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월 임대료가 1년 전과 비슷한 선까지 상승한 지역과 단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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