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한 적 없다”…동거녀 사망 2년 만에 50대 무죄

by최정훈 기자
2026.08.15 10:15:00

법원 “폭행 직접 증거 부족·낙상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동거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지만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5월 23일 오후 10시17분께 전북 정읍시 자택에서 동거하던 B씨(50)를 손으로 강하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고 바닥에 넘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다음 날 오전 7시께 B씨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외출했다. 이후 귀가해서도 B씨가 계속 쓰러져 있자 같은 날 오후 9시33분께 119에 신고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해 6월 18일 뇌부종에 따른 뇌간 압박으로 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사건 당일 B씨가 치매를 앓는 모친과 다투는 것을 말리는 과정에서 함께 바닥에 넘어진 적은 있지만 B씨를 폭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B씨 역시 평소처럼 술에 취해 누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특정한 폭행 시점과 피해자의 부상 시점이 명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검찰이 폭행이 발생했다고 본 오후 10시17분 이후에도 A씨와 B씨가 오후 11시44분까지 7차례 정상적으로 통화한 사실에 주목했다.

A씨가 이후 B씨를 폭행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한 목격자인 B씨 모친은 치매를 앓고 있어 사건 발생 시점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이전 다툼 상황과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B씨의 머리 손상이 폭행이 아닌 낙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소견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유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증거에 의해 인정돼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