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아빠의 재무설계)라이프사이클 펀드, 나와 함께 성장한다

by김종석 기자
2007.01.22 14:42:05

[이데일리 김종석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전세계 어떤 나라와의 비교를 불허한다.UN에서 정한 고령화의 정의는 65세인구가 전체 인구중 7%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을 했고 2019년이 되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19년이다.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일본 24년, 미국이 71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속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후 불과 7년 만에 우리사회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사회가 되면 지하철을 타더라도 5명중 1명이 노인일 것이며, 노약자석도 지금의 가장자리가 아닌 가운데 위치하지 않을까?



우리는 살면서 인생의 여러 사이클을 거친다. 결혼, 주택자금, 자녀교육비, 노후생활비 등 각 재무목표에 맞는 금융상품에 투자 하여야 한다.

20~30대에 결혼자금이나 주택자금 등 상대적으로 거액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금보장만을 중시하여 실질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채권이나 정기예금에 가입한다거나, 퇴직금 등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모두 투자한다면 목적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왜 라이프사이클펀드인가?

일반적으로 펀드를 가입하고 나서 일정기간 후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하라고 한다.
처음 가입하고 나서 일정기간이 지난 후, 시황과 자산규모의 변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설정하는 일이다. 투자성향과 재무상황에 따라 1년 ~ 3년마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금융사를 직접 방문하여 재설정 하는 작업은 귀찮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투자자들에게 딱 맞는 펀드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펀드(Life Style Fund, 이하 LCF)이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환매하기 전까지는 주식에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주식에만 주로 투자하여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장년층이 되었을 때는 환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LCF는 라이프사이클(연령)에 맞추어 젊어서는 주식비중을 높게 투자하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주식보다는 채권 등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펀드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수익보다는 자산을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펀드인 것이다.

LCF는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은퇴설계용 상품이라는 의미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은퇴설계에서 부족한 자금을 투자를 통해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LCF는 노후준비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금융상품이다.





LCF는 주식/채권/현금을 혼합하여 투자하는 혼합형펀드로 운용형태이며, 2종류로 구분한다.

첫째, 펀드에서 주식, 채권 등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와 둘째, 펀드에서 펀드에 투자하는 형태(이하 FOFs 라 함)로 구분되며, 미국에서는 주로 FOFs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1)기간 경과에 따른 자동적인 자산 배분
만기가 가까워 질수록 주가변동으로부터 올 수 있는 변동성을 회피하고, 그간의 수익률을 지키고자 채권투자의 비중을 사전에 지정한 조건으로 자동으로 배분이 된다.

2)장기 적립식 투자를 통한 평균단가 인하효과 극대화
적립식펀드의 핵심동력은 주가등락에 관계없이 꾸준히 기계적으로 불입 함으로서 얻게 되는 평균단가 인하효과 이다.

3)소액으로 우수한 펀드에 투자하는 효과
LCF는 FOFs(펀드에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다른 펀드를 편입하는 펀드로 재간접 펀드라고도 함)로서 검증된 우수한 펀드를 편입시킴으로써 적은 투자 금액으로도 우수펀드 투자가능 하다.

4)사이클에 따라 낮아지는 신탁보수
투자연령이 높아지고 주식보다는 채권편입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펀드보수도 낮아진다.



55세에 은퇴할 것을 목표로 41세에 LCF에 투자한 사례이다.처음에는 주식투자비중을 90%로 하고 채권 및 유동성에 10%를 가져가다가, 나이가 듦에 따라 주식비중을 낮추고 만기 시에는 주식비중을 25%까지 낮추게 된다.수수료도 주식 고편입 시점에서는 1.84%를 적용하다가 주식 투자비중이 낮아질수록 펀드의 신탁보수 수수료율도 최저 0.84%까지 낮아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12월말 현재 유형별 평균 신탁보수는 주식형이 2.20%, 주식혼합형이 1.74%, 채권혼합형이 1.47%이다.
국내펀드의 신탁보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기는 하지만, LCF의 경우 장기투자형 펀드임을 감안하여 유형별 평균 보수보다 낮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LCF는 주로 한국투신, 삼성투신, 미래에셋 자산운용 등에서 30여 개가 운용하고 있으며, 설정액이 100억 이상인 펀드는 10개 이하이다.전체 설정규모도 7,500억원 수준으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Fidelity사에서 1996년 처음으로 LCF펀드를 도입하였고 현재는 Vanguard등 여러 운용사에서 운용 중이다. 피델리티의 Freedom-LCF의 규모만도 2006년 7월 현재 49조원에 달할 정도이며 펀드 전체 운용자산은 158조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는 노후대비 상품이 되었다.

라이프사이클펀드는 단기간에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나와 함께 성장해 가는 펀드다. 구조상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상품으로 조바심을 내서는 안되며,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상승 트렌드에 편승하는 연금상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꿈꾸면서 많은 나이에 공격적으로 자산 불리기에 나서거나, 젊은 나이에 원금 손실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나치게 원금보장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2007년에는 새로운 투자문화의 하나로 노후설계에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LCF의 다양한 진화와 장기투자 문화를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