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위험 요인 방치 금물"…중처법 처벌 2호 최고형 교훈
by백주아 기자
2024.04.10 16:54:54
울산지법, 근로자 사망 대표 징역 2년 실형
유족과 합의에도 집행유예 등 선처없어
전문가들 "위험 확인 즉시 개선조치 필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안전 점검에서 위험성이 확인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업체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유해·위험요인을 방치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대비해 경영책임자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오른쪽 네 번째), 김승기 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맨 오른쪽) 등 중소기업·건설·경제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산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이 제강 대표이사 B씨에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된 이후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두번째 사례로, 현재 15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 1심 판결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A씨 업체에서는 2022년 7월 14일 네팔 국적 노동자가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작업 중 금형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A씨는 안전 점검을 위탁받은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기계 일부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돼 ‘사고 위험성 높음’, ‘즉시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여러 차례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또 사고를 대비한 작업 중지, 근로자 대피, 위험 요인 제거 등과 관련한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았다.
A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는 ‘특별양형인자’를 가중요소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기계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 안전문제를 방치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 직후에 신속하게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하고 시정조치를 마쳤다고 해도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법조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송진욱 변호사는 “자체적으로 안전보건점검을 실시하거나 외부기관을 통해 안전보건점검을 하는 경우 경영책임자가 바로 점검 결과를 확인하고 지적사항 개선조치, 재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위험한 기계·기구의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등 사업장의 유해 위험 요인을 확인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율촌 조상욱 변호사는 “안전점검이나 근로감독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반드시 적시에 시정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개선 여부 및 개선상태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