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회의 후폭풍…류삼영 대기발령에 윤희근 사퇴론까지
by권효중 기자
2022.07.24 17:08:01
사상 초유 전국 총경 회의 후폭풍
‘주도자’ 류삼영 대기발령, 참석자 50여명 감찰키로
일선 경찰 반발 격화…25일부턴 대국민홍보전
“윤희근 책임 묻겠다”…대통령실은 ‘엄호’
| 지난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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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되면서 경찰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의 단식·삭발 농성에 이어, 77년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총경 집단행동’에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 등 지휘부가 강경대응하면서 외려 반발을 키우는 형국이다. 경찰국 논란 속 조기 퇴진한 김창룡 전 경찰청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윤희근 후보자는 취임 전부터 리더십 위기에 몰렸다.
24일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엔 경찰 지휘부를 성토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전날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사상 초유로 열린 전국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윤희근 대행이 대기발령한 데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아울러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0여명에도 ‘해산 지시 불이행’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이라며 감찰하겠다는 지휘부 방침에 “(참석했으니) 저도 대기발령시켜달라” 식의 반발글이 이어졌다.
전국 총경 회의엔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명이 참석했고, 회의 취지에 동의해 회의장에 무궁화꽃을 보낸 인원까지 포함하면 총경 357명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 전국 총경계급 650여명의 절반이 넘는다.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된 류 총경도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경찰국이 신설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계기”라며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쥐었을 때 ‘까불면 죽는다’는 걸 시범 보인 것”이라고 했다.
지휘부가 징계·감찰로 억누르고 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경들은 전날 회의에서 필요할 경우 2~3차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회장단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 용산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안팎의 공격을 받고 있다. 류 총경에 한 말을 바꾼데다, 반발을 잠재우려 ‘인사’를 무기로 쓴 점 등은 독립성 없이 ‘윗선’ 눈치를 보고 지시를 따른 것이란 게 공격의 요지다.
류 총경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25일 만나 전국 총경 회의 결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지난 22일에 류 총경에 제안했다. 하지만 23일 회의 직후 류 총경을 전격 대기발령했고, 25일 만남도 취소 통보했다.
이에 경찰 내부망엔 “국민과 조직원들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조직 전체를 통솔할 리더십에 이미 큰 흠결이 생겼다”고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류 총장 징계는) 누구 지시를 받은 건가”라며 “정권의 눈치만 보는 사람은 경찰청장이 될 수 없다, 자격이 없다”고 윤 후보자를 직격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서 경찰청장 후보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열릴 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휘부 해산 지시에도 전국 총경 회의를 강행한 건 잘못이며, 당초 구상대로 8월2일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겠단 입장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전국 총경 회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검수완박으로 경찰은 부처보다 힘이 센 검찰청, 국세청, 경찰청 3개 청 중 가장 힘이 세질지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