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도 시위대 목 눌렀다…대만서 홍콩 지지 대규모 집회
by신정은 기자
2020.06.14 18:02:13
16세 소녀 목 무릎으로 눌러…"숨실쉬 없다" 조롱도
대만인 7000여명, 홍콩 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 집회
| 12일 홍콩 코즈웨이 베이에 모인 시민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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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홍콩에서 시위 도중 미국 경찰의 폭력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을 맞아 홍콩은 물론 대만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지난 12일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지난해 6월 12일 입법회 포위 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 35명 이상을 체포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동맹휴학 선전 부스를 설치하고 있던 학생 3명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땅바닥에 쓰러진 16세 여학생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했다. 이 여학생은 얼굴에 찰과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뿐 만 아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시위진압 경찰 중 한 명은 현장에서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미국은 없다”(There is no America) 등의 구호를 조롱하듯이 반복해서 외쳤다.
이는 백인 경찰이 과잉진압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쓰이는 구호다. 특히 ‘숨을 쉴 수 없다’는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기 직전 내뱉었던 말이다.
홍콩기자협회는 “경찰은 시위 진압 경찰의 부적절한 행위에 해명하고, 일선 경찰의 통제력 상실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홍콩 경찰은 결국 문제를 일으킨 시위 진압 경찰을 징계했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을 맞아 대만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대만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만인권촉진회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13일 북부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끝나지 않은 항쟁, 함께 가는 대만과 홍콩’ 행사를 주최했다.
행사에는 700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중국의 제국주의에 항거한다’, ‘(홍콩) 국가 보안 악법을 직시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黃之鋒)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우리는 항상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라고 말한다”면서 “앞으로 ‘오늘의 대만이 내일의 홍콩’이 되어 홍콩인이 대만인처럼 민주를 실현하고 자신이 정부를 선택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도심 시위가 열린 12일에는 대만의 중심가인 시먼딩(西門町)과 남부 타이난(台南) 등에서 시민들이 홍콩 시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홍콩을 응원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 노동계와 학생단체 등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총파업 및 동맹휴학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를 당초 14일 하기로 했으나 날씨 문제 등으로 이를 20일로 연기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조슈아 웡 등이 고등학생들을 반정부 투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