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해진 中 “북·중 합작기업 문 닫아라”…美 ‘환영’ (종합)
by김인경 기자
2017.09.29 09:14:41
1월 9일까지 중국에 설립된 북중 합작·합자기업 폐쇄 명령
“北 상호 변경이나 이면계약 등으로 피할 수도…실효성 지켜봐야”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베이징= 김인경 특파원] 중국정부가 자국 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이나 중국과의 합작·합자기업들에 대해 120일 내에 폐쇄하라고 28일 통보했다. 또 중국 기업이 북한과 합작으로 해외에 설립한 기업도 폐쇄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12일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결의 2375호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2일 안보리를 통과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 18조에 따라 북한 기관이나 개인이 중국에 설립한 북·중 합작과 합자 기업, 외국 자본 기업들은 결의안 통과 시점으로부터 120일 안에 모두 폐쇄하라”고 밝혔다.
또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북한과 함께 설립한 합작·합자 기업도 똑같이 폐쇄 대상”이라고 했다. 안보리 결의가 통과된 지난 12일부터 계산하면 대상 기업들은 내년 1월 9일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15층 규모의 칠보산호텔이 대표적인 북·중 합자 형태다. 북한이 해외에 운영 중인 유일한 고급 호텔인 칠보산호텔은 북한의 조선류경제교류사가 지분 70%를, 중국의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가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호텔은 북한이 투자한 유일한 해외 고급호텔인데다 선양 주재 북한 영사관과 가까워 북·중 고위급 행사의 장소로 쓰인다.
중국 내 북한 식당 100여 곳도 대부분 합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베이징과 시안 등지에 있는 고급 북한 음식점인 평양 은반관이나 평양 옥류관 등도 합작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의 핵심 수단인 합작 기업이 폐쇄되고 해외 노동자 신규 송출도 차단돼 당장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상무부는 지난 23일에도 대북 석유제품 수출을 안보리 결의 상한선에 맞춰 제한하고 북한산 섬유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이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며 평가했다. 대북 금융 차단에 초점을 맞춘 새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이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티나 애덤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 역시 “안보리 결의 2371·2375호 채택 이후 이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이 취한 긍정적 조치를 환영한다”며 “이번 추가적인 경제적 압박이 북한 정권의 계산을 바꾸는 데 희망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북 제재 등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이 있었지만 최근 북한 고립을 위한 공동대응 과정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중국의 인식 변화가 제재 동참 확대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풀이했다. 북한이 동북아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는 우려에 중국이 이 같은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이 어느 정도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북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경영주들이 법인 형태를 바꾸거나 북한에서 인력만 파견받았을 뿐이며 단독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폐쇄 명령을 피해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북한 기업이 상호를 바꾸거나 이면 계약을 해 이 규정을 피하려 할 수도 있다”며 “실효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