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2017 올란도 디젤 시승기 - 합리적인 다운사이징 MPV

by김학수 기자
2016.10.07 10:13:11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쉐보레의 준중형 MPV 올란도는 데뷔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GM의 주요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11년 2월 첫 출시 이후 넓은 공간과 실용성, 출력 등을 앞세워 2006년부터 올란도 출시 직전까지 한국의 준중형 MPV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2세대 카렌스를 무대 아래로 끌어 내렸다. 시간이 흐른 2013년 기아자동차는 세련된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담은 3세대 카렌스로 반격에 나섰으나 올란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델의 수명이 황혼에 가까워진 지난해 9월, 한국GM은 트랙스 디젤에서 한 차례 선보였던 오펠 산 1.6L CDTi 디젤 엔진, 속칭 ‘위스퍼 디젤’ 엔진과 Gen 3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하며 ‘다운사이징’의 흐름에 발 맞췄다. 그리고 올해 여름 카렌스는 페이스 리프트와 상품성 개선 등을 골자로 한 2017 카렌스로 대응에 나섰으나 올란도는 여전히 준중형 MPV 판매 1위의 자리를 지키며 MPV의 대명사로 기억되고 있다.

2016년, MPV의 인기가 시들기도 했고 올란도 역시 노화를 피하지 못하며 데뷔 초기만큼의 시장에서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경쟁 모델인 카렌스의 3~4배수준인 월 1,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꾸준히 이어가며 올란도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16년, 어쩌면 풀 체인지를 앞두고 있을지 모르는 올란도는 어떤 경쟁력을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을까?

처음 올란도를 보고 제원을 살펴 보며 ‘보이는 것 보다 차가 작다’고 느낀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다. 전장이 4,545mm에 불과한 카렌스와 비교하면 큰 체격이지만 눈으로 보이는 올란도는 제원 상 수치인 4,665mm 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한편 전폭과 전고 역시 1,835mm와 1,635mm이며 휠 베이스는 2,760mm이다. 공차 중량은 엔진이 바뀌면서 1,645kg로 기존 2.0 디젤 모델 대비 60kg 가량 가벼워졌다.



개발 코드 ‘J309’에서도 알 수 있듯, 올란도는 크루즈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이다. 하지만 세단/해치백의 크루즈와 MPV라는 전혀 다른 지향점을 추구한 만큼 차량의 디자인은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올란도의 디자인은 사각형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실내 공간, 적재 공간 등을 ‘맥시멈 스퀘어(Maximum Square)’를 추구하고 있다.

테두리를 둥글게 처리한 커다란 프론트 그릴과 쉐보레 고유의 보타이 엠블럼 좌우에는 사각형을 형상화한 헤드라이트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강인했던 전면 디자인은 수년에 걸친 상품성 개선을 거쳐 어느새 ‘ㄴ’ 형태의 LED DRL를 적용해 명료함을 더했지만 더욱 역동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최신의 쉐보레 모델들에 비해 연식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측면 역시 사각형 디자인 요소들이 눈길을 끈다. B필러와 C필러 그리고 두터운 D필러까지 모두 바로 서 있어 캐빈룸 전체가 하나의 박스처럼 구성되어 넓은 실내 공간과 우수한 개방감을 예고하며, 동그란 휠와 타이어를 감싸고 있는 휠 하우스 역시 사각형으로 디자인하여 ‘디자인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후면 디자인에서는 단순했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어느새 LED 램프를 적용하며 독특한 사각형의 시그니처 라이팅을 뽐내고 있다. 덕분에 명료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사각형의 트렁크 게이트는 부피가 큰 짐도 언제든 적재할 수 있다는 MPV으로서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올란도야 말로 제품의 기능을 디자인으로 정의한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듀얼 콕핏 2.0을 적용한 더 넥스트 스파크, 임팔라, 올 뉴 말리부 등을 경험한 탓에 오랜 만에 재회한 올란도의 듀얼콕핏 1.0은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도어 트림까지 라인을 이어가는 두터운 대시보드를 시작으로 센터터널과 일체되어 센터 콘솔 박스까지 이어지는 센터페시아는 말 그대로 운전자를 감싸는 것 이상으로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느낌을 준다.

비슷한 테마를 지향했던 크루즈 대비 대시보드의 높이가 높고, 직선 대비 볼륨감을 강조한 곡선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올란도의 실내 공간은 비효율적이라는 소감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버튼이 다소 많게 느껴지지만 직관적인 센터페시아의 컨트롤 패널과 내비게이션 및 마이링크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7인치 디스플레이 패널, 그리고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등 전체적인 구성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듀얼콕핏 2.0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크릿 큐브는 듀얼콕핏 1.0을 적용한 올란도의 매력 중 하나인데 생각보다 다양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고, 큐브 안의 USB 포트까지 존재해 차량 안에서 전자기기의 충전이나 충전이나 음악 감상을 즐기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아이템이다. 다만, 센터페시아 주변에 시크릿 큐브 외에 수납 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은 아쉬운 점이다.

7인승 모델인 만큼 공간적인 부분에서는 다양한 시트 바리에이션과 실용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우선 1열 공간은 실내 레이아웃 덕에 다소 답답하지만 체형을 가리지 않는 큰 시트와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시트의 형상이나 쿠션감 등 전체적인 품질이 2016년에 데뷔한 쉐보레의 다른 차량과 비교하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

2열 시트는 다소 단조로운 형태를 하고, 또 쿠션감 역시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리클라이닝 기능이 탑재됐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성인 남성이 앉기에 부족함이 없고 2열 시트에도 열선 기능이 제공된다. 한편 2인승 시트가 적용된 3열 공간은 성인 남성도 앉을 수는 있으나 협소한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데뷔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경쟁 MPV는 물론 비슷한 체격의 SUV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수준급의 적재 능력을 과시한다. 3열 시트를 폴딩할 경우 트렁크 863L의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2열까지 모두 접을 때에는 1,594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트렁크 테일 게이트가 커 부피가 큰 대용량 듀얼 홈바 냉장고도 옮길 수 있다.

단순히 적재 공간의 활용성이 좋은 것 외에도 사양한 시트 바리에이션이 눈길을 끈다. 2열 시트가 60:40 비율로 폴딩되는 것은 물론이고 2열 시트를 속칭 ‘앞 구르기’ 시켜서 1열 시트 방향으로 세로로 세울 수도 있어 키가 큰 짐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시트의 조작 등을 손쉽게 지원하는 ‘EZ-Tech’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근력이 약한 운전자라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2016년, 올란도 디젤 보닛의 아래에는 163마력과 36.7kg.m의 우수한 토크를 과시하며 MPV에게는 ‘오버 스펙’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L VCDi 디젤 엔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독일에서 태어난 1.6L CDTi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정숙성을 인정 받으며 ‘위스퍼 디젤’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엔진은 최고 출력 134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1.6L의 배기량을 감안하면 상당한 출력으로 몇 년 전까지 활약하던 경쟁 브랜드들의 2.0L 디젤 엔진들의 출력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트랙스 디젤에서 동일한 엔진과 뛰어난 합을 선사했던 Gen3 6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되어 전륜에 힘을 전달하는데 효율성은 복합 연비 기준 리터 당 13.5km(도심 12.3km/L 고속 15.2km/L)를 달릴 수 있다.



지난 2011년, 올란도의 데뷔와 함께 한국GM은 산길을 달리는 시승 코스를 중심으로 한 시승 행사를 개최했었다. 당시 올란도는 크루즈의 형제 모델임을 거침 없이 드러내며 MPV 이상의 우수한 주행 성능과 함께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거침 없는 주행을 선사했다. 그리고 차량이 서있을 때에는 여럿이 몸을 녹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베이스 캠프의 역할까지도 해낸 다재다능한 존재였다.

그렇게 매력적인 존재였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과연 올란도가 상품성 개선과 다운사이징으로 시대의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과거 2.0L 디젤 엔진과 우수한 셋업 능력을 바탕으로 올란도가 선보였던 다양한 매력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 속에서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는 순간 지나간 시간과 함께 ‘대중 브랜드의 시트 품질 발전’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기본적인 시트의 크기나 쿠션감 등 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시트의 디자인 부분에서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져 ‘과거의 존재’임을 느끼게 되었다. 시동을 걸고 2016년의 올란도로 기억 속의 올란도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지금 올란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1.6L CDTi 디젤 엔진이 기존 2.0L 디젤 엔진 대신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냐는 것이다. 엔진에서 400cc를 덜어내며 약 30마력이 낮아진 만큼 가속이나 등판 등력, 그리고 많은 짐을 적재했을 때의 출력에 대한 만족도 등이 대폭 변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자 1.6L CDTi 디젤 엔진은 별명처럼 정숙한 모습이었다. 시승 차량이고 누적 주행 거리가 이미 1만 km를 넘은 것을 감안한다면 무척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운전자가 차량 관리에 능숙하다면 높은 만족도를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어를 D로 옮기고 부드럽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보았는데 올란도의 움직임에 순간 당황했다. 엔진 배기량이 줄어든 만큼 현저히 느려진 가속이나, 발진 가속을 예상했으나 막상 올란도는 제법 경쾌하게 움직였다. 기존의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32.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CDTi 디젤 엔진은 올란도에 충분한 출력을 전달했다.

수치 상으로는 이전의 올란도보다 낮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1.6L CDTi 엔진의 출력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특히 트랙스에서는 다소 과할 정도로 느껴졌던 출력이 조금 더 무겁고, 체격이 큰 올란도에서는 적당한 출력이라고 느껴졌다. 특히 가속력이나 최고 속도 부분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실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MPV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더욱 합당해 보였다.

게다가 등판 능력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초기 올란도의 우수한 등판 능력이 다소 퇴색되었을까 싶었는데 단순한 기우였다. 시승 이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원도의 산길을 올란도로 달리는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출력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일이 없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한 단계 발전한 Gen 3 6단 자동 변속기의 영향도 컸다. 변속 속도나 변속 반응, 그리고 변속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느껴지는 감각 등 변속기 전반에 걸쳐 높은 완성도를 선사했다. 게다가 트랙스 디젤에서 이미 선보였던 것처럼 1.6 CDTi 디젤 엔진과의 궁합은 감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탑승자와 수하물을 적재하는 MPV의 특성 상 대체로 부드럽고 안락한 셋업을 지향하는 것이 사실이다. 올란도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도 부드러운 편이고, 엔진의 출력이 기존보다 낮아지면서 차량의 전반적인 움직임에 있어서 한층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덕분에 쭉뻗은 고속도로에서도 안정적이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반전의 매력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올란도를 타고 구불구불한 지방도로를 달리게 되면 그 진가를 곧바로 경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출력이나 큰 체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브레이크는 연속된 제동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과시하며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이와 함께 스트로크를 다소 길게 하고, 전체적으로 승차감 중심으로 조율한 서스펜션은 코너를 어려워하기 보다는 약간의 롤링을 허용하면서도 운전자가 자신 있게 조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범용적인 셋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노면 상황을 대응할 수 있을 분더러 MPV가 갖춰야 할 제 몫을 다한다. 여기에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코너링 성능과 고속 주행 안정석 그리고 제동력 등 쉐보레 브랜드가 주행 성능에서 가져가는 주요한 장점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에 데뷔한 대부분 쉐보레 차량들은 대부분이 공인 연비 대비 실제 연비가 이상할 만큼 좋은 편이다. 전 세대 말리부 디젤 역시 ‘반대 의미의 뻥 연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고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한 트랙스 디젤 역시 공인 연비에서 우위를 점한 티볼리 디젤을 압도하는 효율성을 과시했었다.

이에 올란도 디젤에 대한 실제 연비가 어떨지 의문이 생겼다. 이에 올란도 디젤의 트립 컴퓨터를 모두 초기화한 후 자유로를 통해 임진각 방향으로 달렸다. 도로 흐름에 맞춰 달리며 평균 연비를 계측했다. 자유로를 한참을 달린 후 헤이리 인근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계기판에 새겨진 수치들을 확인했다. 트립 컴퓨터의 수치를 기준으로 올란도는 총 36km를 달리며 평균 속도는 78.6km/h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연료 소모량은 단 1.6L으로 리터 당 22.2km를 달린 것이다.

기대 이상의 연비에 만족하며 이튿 날 60km/h와 800km/h 정속 주행 평균 연비를 측정해보았다. 각 속도 별로 26.2km와 22.km를 달리며 연비를 확인했는데 60km/h 주행 시에는 무력 26.2km/L의 우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고, 80km/h 정속 주행에서는 22.9km/L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전의 소수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오토캠핑 겸 시승 행사에서도 가평에서 강원도 인제까지 올란도 디젤로 달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등판 능력을 요구하는 강원도의 험준한 산길과 굽이치는 지방도로를 달리면서도 리터 당 16.8km에 이르는 우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트랙스 디젤과 올란도 디젤에 장착된 1.6L CDTi 디젤 엔진과 Gen 3 6단 자동변속기가 올 뉴 말리부에 적용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체가 크긴 하지만 엔진의 출력도 충분하고 차체 자체도 올란도보다 가볍고 공기 저항도 덜 받는 만큼 주행 성능과 효율성을 공존하는 근사한 중형 디젤 세단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수한 파워트레인을 통해 향상된 제품 경쟁력

시들어 버린 MPV의 인기와 수명을 다해가는 라이프 사이클



올란도는 데뷔 초기에도 좋은 차량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차량이다. 특히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는 현재 올란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유혹하기 충분한 매력을 가진 차량이 되었다. 좋은 틀에 좋은 것들을 담아낸 올란도는 분명 제품 수명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나 마지막까지 좋은 평가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덕분에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