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고민 "개량신약 직접 개발할까 사올까"

by천승현 기자
2013.02.14 11:33:47

한미·종근당·LG생과 등 독자개발 활발
리스크 줄이기 위해 공동개발 '붐'..씨티씨바이오 주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개량신약 개발 전략을 두고 치밀한 눈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당수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독자 개발에 나선 가운데 공동개발도 선호되는 추세다. 개량신약이 개발되면 즉시 복제약(제네릭)을 내놓는 ‘얌체족’도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 LG생명과학, 종근당(001630),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독자적인 개량신약 개발에 한창이다. 한미약품이 2009년 내놓은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이 대표적인 사례다. ‘로잘탄’과 ‘암로디핀’ 두 개의 성분을 섞어 만든 아모잘탄은 국내에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대규모 해외수출도 성사됐다.

종근당은 지난해 3월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두 개의 항혈전제 성분을 조합한 ‘코프리그렐’을 허가받았으며 고혈압복합제 등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생명과학, 한올바이오파마, JW중외제약(001060)도 고혈압복합제, ‘고지혈증약+고혈압약’ 복합제 등 다수의 개량신약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 업체는 다른 업체들이 보유하지 않은 개량신약을 빨리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임상시험 진행 경과에 따라 발매 시기가 지연되거나 업체마다 유사한 제품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 연구개발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종근당의 코프로그렐은 개발 기간만 2년 이상 걸렸고 한올바이오파마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복합제 개발에 착수했음에도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

제약사들의 공동 개량신약 개발도 활발하다. 한 제약사가 개량신약을 개발하면 다른 업체들이 임상비용을 분담하면서 판권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중소제약사인 씨티씨바이오(060590)가 개량신약 공동개발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씨티씨바이오는항혈전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빅스’와 ‘아스피린’을 섞은 복합제를 개발하고 휴온스, 명인제약, 제일약품, 진양제약 등에 판권을 넘겼다. 씨티씨바이오는 ‘올메사탄’ 성분의 고혈압 개량신약, 필름형 비아그라도 개발하고 다른 업체들에 공급키로 했다. 현재 허가절차가 진행중인 조루치료제도 같은 방식으로 국내업체 5곳이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 2010년 허가받은 골다공증 치료 개량신약인 한림제약의 ‘리세넥스플러스’, 대웅제약의 ‘리센플러스’, 태평양제약의 ‘리센플러스’의 경우 한림제약이 임상시험을 주관했다. 지난해 삼아제약, 일동제약, CJ제일제당, 삼진제약 등이 허가받은 가루형태 비아그라 제네릭은 삼아제약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개량신약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네릭을 내놓는 얌체들도 있다.

SK케미칼이 지난 2009년 혈액순환 개선에 사용되는 ‘리넥신’을 발매하자 동국제약, 신풍제약, 안국약품 등이 제네릭을 내놓았다. 이후 특허분쟁이 펼쳐졌고 최근 판결난 2심에서 제네릭 업체가 승소했다. 안국약품의 고혈압 개량신약 ‘레보텐션’도 현재 10개의 제네릭이 등재된 상태다.

개량신약- 기존에 발매된 의약품보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개선됐거나 진보성이 인정되는 제품을 말한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섞어 만든 복합제가 대표적인 개량신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