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현석 기자
2002.03.28 12:55:02
[edaily 최현석기자]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력 충분한가
국내 공급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도 동부제강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주력품인 냉연판재류의 경우 포항제철, 동부제강, 연합철강 등 3사 체제에서 현대하이스코의 참여로 4사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99년 동부제강이 고대공단내 130만톤의 냉연판재류설비를 종합준공하고 2000년에는 포항제철이 광양 4냉연공장을 완공하고 6월부터 본격 가동해 공급과잉과 수입원재료의 증가로 채산성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냉연판재류 설비능력은 소형업체들을 포함해 1475만4000톤으로 냉연판재류 총수요 1186만6000톤(2000년 기준)를 크게 웃돌고 있다.
포항제철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비교할 수 없이 우수한 수익구조를 통해 10배가 넘는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거두고 있어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향후 수익성 증대에 있어 동부제강이 철저한 경쟁상태에 있는 현대하이스코와 연합철강과의 경쟁에서 어느정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연합철강은 최근 주주 총회에서 양대 주주인 동국제강과 권철현씨 측 합의 무산으로 18년째 증자에 실패해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연합철강은 금융비용부담이 낮아 지난해 당기순이익 259억원으로 동부제강에 비해 매우 높은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최근 냉연시장 진출로 동부제강의 시장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8%와 33% 증가한 1조4381억원과 1493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74억원과 162억원에 달해 흑자로 전환됐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자동차라는 든든한 매수처를 확보하고 있어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 등의 생산과 판매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가와사키 제철과 기술제휴를 통해 자동차용 강판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포철의 기존 내수시장을 잠식해 포철이 냉연시장 쪽으로의 진출을 강화할 경우 동부제강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수익성과 제품 경쟁력 모두 동부제강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시장에도 빨간 불
국내 판매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밖으로 눈을 돌린 동부제강에게 최근 해외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안이 지난 20일부터 적용된 이후 뉴욕 현지법인의 신규거래가 정지돼 있다. 한화증권은 포항제철은 연간 대미수출 열연강판 70여만톤 중 55만톤이 현지법인에 대한 직배물량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나 내수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외환위기 이후 대미 수출에 주력했던 동부제강 등은 시장개척과 가격하락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중국이 지난해 1년간 중국에 대상기간으로 해 동부제강 등 4개 철강업체에 대해 반덤핑조사에 착수했다. 예비판정은 오는 9월22일에 발표되고 내년 3월22일에 최종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나 그동안 중국으로의 제품 수출은 직간접적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철강 보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하기위해 역내에 들어오는 철강 품목별로 14.9~26%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 역시 수출감소 요인이 되고있다.
이에 대해 동부제강 관계자는 "EU의 경우 지난해 주문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관세를 부가하지 않을 계획으로 안다"며 "지난해 충분한 주문을 확보한 상태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는 동부제강에게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적 거대 시장의 수입 제한 조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악재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굿모닝증권 윤영환 연구원은 ""옛말에 쌀은 100리밖에서 팔지말고 나뭇짐은 10리밖에서 팔지말라"는 말이 있다"며 "중량이 많이 나가는 기초소재 산업은 일정하지 않은 수요처과 높은 운송비용, 심한 가격변동 등 리스크가 큰 수출부문 비중은 30% 이내로 유지할 수 있어야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차입금 상환에 악영향
지난 14일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동부제강을 비롯해 동부화재, 동부건설 등 동부그룹내 3사 등 13개 회사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발표했다. 동부제강은 이날 3개월간의 유가증권 발행이 제한됐다. 이날 동부제강의 주가는 전일대비 7.33% 하락한 3790원을 기록했고 지난 26일에는 3580원까지 내려서고 있다.
동부제강은 4월이후 6월까지 총 1250억원의 만기도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동부제강측은 유가증권 발행제한 조치 이전에 이사회 결의를 통과한 부분과 기 발행된 회사채 상환을 위한 발행은 예외조항으로 인정되고 있어 회사채 상환을 위한 차환 발행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예외조항 인정은 부의 영업권 논란에도 불구, 분식회계 기업에 대해 규제가 너무 약하게 적용된 것이라는 주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부제강측은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생기고 있어 1조원 차입금에 대한 1000억원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고 회사채 만기분에 대한 상환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수백억원대의 연간 유형자산 투자 비용과 위험자산 보완용 자금까지 감안할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869억원을 기록한 동부제강이 1000억원대의 차입금 이자비용 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550억원 규모로 발행한 상환우선주의 30%인 165억원을 올해말까지 상환해야하고 내년말에 70%를 상환해야는 부분도 사실상의 금융비용으로 포함시켜야 할 경우 차입금 상환에 있어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회사채 만기도래분에 대한 차환이 쉽게 이뤄질지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 18일 동부제강의 기발행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들이 매도에 나섰으나 매수호가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점은 향후 동부제강의 회사채 발행이 용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LG증권 윤항진 애널리스트는 26일 보고서를 통해 “기업회계문제가 자칫 장기화돼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었지만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기대로 그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국내 일부 해당 기업 주가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앞으로 기업회계 문제가 아닌 기업실적이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개별 기업별로 평가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자체 등급하락보다 그룹내 불씨 가능성 우려
이같은 동부제강의 재무 불안정성과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도 불구, 당장 동부제강의 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신규설비를 통해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있고 매입채무 편입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나 180일과 360일 유전스(Usance)의 활용으로 운영자금 부담이 적은 편이라는 분석에서다.
한 평가사 관계자는 "동부제강의 경우 자체적으로 요주의 기업으로 분류해놓고 정기적으로 차입금 현황을 받아 중점 파악하고 있다"며 "동부전자 지원 가능성 등 우려사항도 있으나 분식회계 자체만을 가지고 등급하락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부그룹내 계열사간 강력한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30년간 교분을 쌓아 온 강경식 전 부총리가 금융·보험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등 정치적인 부분도 동부제강의 단독적인 등급 조정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해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강한 연결고리로 인해 자칫 동부제강의 재무상 문제가 커질 경우 그룹전체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1월 동부제강 기업어음에 대해 A3-를 부여하며 동부건설과 동부한농화학 등 계열사의 영업실적 호조와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고 동부화재 등 금융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계열의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동부전자의 신디케이트론 조달에 그룹 계열사의 BW발행, 보유 유가증권의 담보제공, 미상환시 연대대지급 약정 등이 포함돼 동부전자의 리스크가 전 계열로 확대됐고 이와 함께 동부제강에 대한 그룹의 지원여력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동부전자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체 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동부제강에 부담을 가중시켜 그룹사들에 재반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그룹 전체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