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8인치 파운드리’ 부족”…DB하이텍·하이닉스 주목

by신중섭 기자
2021.07.18 16:27:01

'8인치 반도체' 공급난 내년에도 지속 전망
DB하이텍, 올해 사상 첫 매출 1조 돌파 기대
증설 가능성엔 "설비 보완 등으로 점진적 확대"
SK하이닉스, 8인치 업체 '키파운드리' 인수 검토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구동칩·전력관리반도체 등 8인치(200m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까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DB하이텍(000990)과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000660)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와 UMC,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8인치 웨이퍼 기반의 파운드리 수요가 내년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공유했다. 최근 빚어진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

반도체 칩은 웨이퍼라고 불리는 얇은 원판을 가공해 만든다. 웨이퍼는 8인치(200mm)와 12인치(300mm)로 나뉘는데, 12인치 웨이퍼의 면적이 8인치보다 2.5배 넓어 그만큼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생산성 차이로 2010년 전후로 파운드리의 중심은 12인치 웨이퍼로 옮겨갔으며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비중은 최근 20% 후반대까지 줄었다.

12인치 웨이퍼는 소품종의 고부가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쓰인다. 큰 웨이퍼에서 미세공정을 활용해 칩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8인치 웨이퍼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에 쓰인다.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가전·TV·IT 기기에 쓰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저화소 이미지센서(CIS) 등이 주로 생산된다.

업체와 제품마다 다르지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고부가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또 선폭이 너무 좁으면 오히려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세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하기도 어렵다. 원가가 높은 12인치 웨이퍼에서 생산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셈이다.



12인치의 등장으로 곧 사라져버릴 것 같던 8인치 파운드리는 IT 기술 발달과 함께 ‘다품종’을 특징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완성차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와 TV·가전 수요 증가 등으로 아날로그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며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은 호황까지 누리고 있다.

세계 10위권 파운드리 기업이자, 국내 대표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7% 증가한 1조826억원, 영업이익은 28.7% 늘어난 3079억원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4월부터 100%에 가까운 ‘풀가동’ 체제를 유지 중이다. DB하이텍은 현재 경기도 부천과 충청북도 음성 등 총 두 곳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이들 생산시설의 가동률은 98.9%에 달한다. 2019년 월 12만2000장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지난해 12만9000장으로 늘렸음에도 이를 곧바로 채울 정도로 수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DB하이텍이 신규 공장을 증설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DB하이텍은 고객 수요에 능동 대응하며 생산 라인 재배치나 병목공정·설비보완 등을 통해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간다는 전략이다. 올해 월 14만장 수준으로 생산규모를 늘리고, 2030년까지 월 생산량을 20만장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5월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 당시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충북 청주의 설비를 중국 우시로 완전 이설 중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 49.8%을 확보한 8인치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를 완전 인수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월 생산량은 약 9~10만장 수준인데 키파운드리의 생산량도 이와 엇비슷해, 박 부회장이 밝힌 ‘생산능력 2배 확대’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8인치 장비 수급이 어려운 만큼,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기 위해선 인수합병(M&A) 외엔 마땅한 답이 없다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으로 특히 주목을 받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도 다시 확대해왔다”며 “최근의 일시적인 품귀 현상이 끝나더라도 IT 기술의 발달이나 전기·자율주행차량 확대 등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