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A씨…"정민이와 각별한 사이, 일상 돌아가게 해달라"(종합)

by공지유 기자
2021.05.17 10:12:38

A씨 측, 17일 첫 입장문…"언제든 부담없이 만나는 사이"
"친척 중 유력인사 없어…신발 버릴 당시 심각성 몰랐다"
허위사실 유포에 강한 우려…"경찰 수사 기다려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22)씨의 사망 전 마지막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처음으로 입장을 냈다.

A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고 반박하며 신상 유포와 억측이 확산하는 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아직 손씨와 A씨의 마지막 행적 40여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A씨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본 뒤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20여명이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A씨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A군과 부모가 기억하는 사실관계, 각종 의혹 등에 대해 설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손씨 실종 전날인 4월 24일 A씨는 다른 친구와 함께 오후 10시까지 술을 마신 뒤 술을 더 마시고 싶어 손씨에게 연락했다. 정 변호사는 “A씨는 손씨의 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지만, 손씨가 ‘부모님이 계시니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손씨와 A씨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A씨 측은 이를 일축했다. 정 변호사는 “A군과 고인은 대학 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된 사이로 수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함께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며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 언론에서 공개된 채팅 내역 중 A씨의 술자리 제안에 손씨의 친구가 손씨에게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나’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A군이 학업에 전념하기로 하며 모임을 갖는 일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며 “손씨가 A군이 술자리를 피하게 된 이후 농담조로 ‘내가 알던 A는 죽었다’ 등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었다”고 해명했다.

‘A군의 성적이 부진해 다른 동기들을 질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A군 전공 특성상 올해 성적부터 의미가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성적은 한 과목뿐이고 A군의 해당 성적이 우수해 동기들을 질투할 이유가 없었다”며 “또 A군과 고인이 술을 마신 다음 날 시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신발을 버린 이유’도 해명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A군이 신었던 신발은 낡았고 신발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었다”며 “A군의 어머니가 실종 다음날 집 정리 후 버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A군의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손씨와 A씨가 술을 마시며 찍은 영상에서 ‘골든 건은 어쩔 수 없어’, ‘그건 맞지’라는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서는 “A군이 의미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평소 A군과 고인이 (가수) ‘골든’이 하고 있는 장르의 음악을 좋아해 관련 가수들의 얘기를 많이 했다”며 “해당 부분은 가수 골든에 대한 얘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고인과 A군 전공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은어 중 ‘골든’이라는 말이 있다는 루머에 대해 A군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가족 중 유력인사가 있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 변호사는 “A군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며 “A군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A씨와 A씨 가족의 신상정보가 떠돌았다. 애초 A씨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의 아들이라는 루머가 돌자 병원 측에서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한 바 있다. 이외에도 A씨의 부친이 전 강남경찰서장, 대형 로펌 변호사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측은 온라인 상에서 확산하는 허위사실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정 변호사는 “A군과 가족들은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삼가기 위해 그동안 숱한 억측과 의심을 참고 감내했다”며 “하지만 허위사실 유포와 신상털기 등이 이미 도를 지나친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을 삼가주기 바란다”며 “수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질 경우, A군과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A씨 측에 따르면 손씨 실종 이후 A씨는 총 6번의 조사를 받았다. 정 변호사는 “경찰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다소 무리한 조사를 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A군과 부모는 최대한 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부 응했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A씨는 손씨 실종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자정부터 27일 오전 3시까지 3시간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후 2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반가량 최면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경찰에서 추가 조사가 있을 것임을 고지했고, A씨 부모는 A씨가 절친한 친구가 실종된 것에 대해 자책감을 가지고 충동적 행동을 하지 않을지 우려 끝에 지난달 28일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2차 최면 조사를 포함해 15일까지 총 6차례 조사를 받았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9일과 15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어머니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14일 한 차례 진행됐다.

지난 13일에는 경찰이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원의 정밀 부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25일 오전 3시 38분 A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 손씨가 앉아 있었다”는 취지의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한 목격자는 “오전 4시 20분쯤 A씨가 가방을 메고 잔디 끝 경사면에서 누워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깨웠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10분 뒤인 오전 4시 30분쯤 A씨가 한강공원 출입구를 통해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사건 핵심인 실종 당일 오전 3시 40분쯤부터 오전 4시 20분쯤까지의 행적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해당 시간 사이 40여분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경찰 수사에 의문을 가지며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시민 300여명이 “손정민씨 사건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위를 열기도 했다.